[시승기] 제네시스 EQ900 “와우! 이게 자율주행이구나”

입력 2015-1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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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놀랐다. 현대차, GM, 도요타, BMW 등 완성차업체 뿐만 아니라 애플, 구글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는 기사를 수도 없이 썼지만, 사실 ‘자율주행’이라는 것이 크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국내최초로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했다는 제네시스 ‘EQ900’를 운전해본 후 자율주행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 수 있었다. 등장한지 10년이 채 안된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듯이 자율주행 역시 우리 생활을 다시 한 번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 거란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 법규상의 문제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운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편리하고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자율주행’이라는 시대의 화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EQ900’를 지난 18일 열린 언론 시승행사를 통해 만났다.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을 출발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통해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로드힐스클럽하우스를 돌아오는 총 138km를 구간을 람다 V6 3.3 터보 GDi 엔진의 럭셔리 트림을 타고 다녀왔다.

▲제네시스 EQ900 (사진 제공 = 현대차)

◇볼륨감 있는 외관, 럭셔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실내 공간= 시승을 위해 마주한 ‘EQ900’의 첫인상은 날렵한 인상 속에서도 느껴지는 입체감이었다. 볼륨감 있는 후드와 날카로운 느낌의 헤드램프는 당당한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차량 바깥 유리를 감싸는 라인에 적용된 리얼 스테인리스 몰딩은 클래식한 느낌을 줬다.

차에 오르자 밝은 베이지색의 시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천연 가죽시트에 적용됐다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이름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소재가 주는 고급스러움은 충분이 느낄 수 있었다. 실내는 수평적 레이아웃으로 편안한 느낌과 시각인 개방감을 확보했고 곳곳에 적용된 천연 소재는 중후한 멋을 내고 있었다.

◇나무랄 데 없는 파워감= 본격적인 시승을 서울춘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차량이 적어지자 가속페달을 밟았다. 시승차에는 제네시스가 ‘EQ900’를 출시하며 최초로 탑재한 람다 3.3 터보 GDi 엔진이 장착돼 있다. 최대출력은 370마력, 최대토크는 52.0 kg·m다. ‘밟자마자 튀어나간다’라고 할 정도의 순발력은 아니였지만 파워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람다 3.3 터보 GDi는 응답성과 출력향상을 이뤄 낮은 RPM에서부터 최대토크를 발현해 고속에서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저중속으로 주행할 때에도 파워풀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눈앞으로 다가온 자율주행 기술=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핸들에 있는 CRUISE 버튼을 누르고 130km까지 가속 페달을 밟은 후 스위치를 밑으로 눌러 120km로 속도를 설정했다. 핸들 상에는 버튼이 한 곳에 모여 있어 핸들을 잡은 상태에서 스위치를 보지 않고 엄지손가락만으로도 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 속도를 120km로 맞춰 놓은 후 서서히 엑셀에서 발을 떼자, 차가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움직였다. 10분여를 그렇게 달린 후 핸들에서도 손을 떼 봤다. 15초쯤 지났을까.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에 ‘핸즈오프’ 경보 표시가 나타나자 다시 핸들에 손을 올렸다.

여전히 브레이크와 엑셀에 발을 올려두고 있지 않은 상황임에도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300m 앞에 과속방지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주행시스템은 내비게이션으로부터 도로의 제한속도 정보를 받아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나갔다. 이 시스템이 적용되는 한 고속도로상에서 카메라에 찍힐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론 카메라를 지나고 차는 다시 처음에 세팅했던 120km 속도로 돌아왔다.

◇ ‘엄지척’ 정숙성 VS ‘아쉬운’ UI= 고속 주행이나 터널 안에서 풍절음 차단은 EQ900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전후 도어 3중 실링 구조로 차폐감을 강화하고 차 유리와 맞닿는 립을 2중구조로 설계해 풍절음의 실내유입을 억제했다. 서울춘천고속도로는 터널 구간이 많았는데, 터널에 진입해도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의 감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거나 뒤에서 트럭이 쫓아오는 듯한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다만 사용자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는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7인치 화면에 나타나는 내비게이션은 대부분 조그다이얼로 조작해야 했고 터치는 부분적으로만 가능했다. 뒷자석에 위치한 모니터 역시 기능이 제한적이고 터치 조작이 불가능했다. 차량에 다양한 첨단 IT 사양들을 담아내고 있는 흐름과는 달리 스마트폰과의 실질적으로 연동되는 기능이 제한적이었다. 이는 기존의 ‘사장님 차’ 이미지에서 벗어나 오너 드라이버가 유입되고 고객의 평균 연령이 젊어지는 상황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남는다.

◇2016년 고객의 선택은= 이목을 집중시킨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신차이자 현대차의 미래를 결정지을 EQ900가 베일을 벗었다. 쏟아지는 관심과 비례해 제네시스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EQ900을 시승하며 현대차가 왜 제네시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인간을 향한 진보- 뉴럭셔리’로 정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EQ900’의 국내 판매가격은 7300만~1억1700만원이다. 이는 경쟁모델로 꼽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1억2800만~2억6700만원)와 신형 BMW 7시리즈(1억3130만~1억9200만원) 보다 가격 경쟁력면에선 앞서 있는 건 분명하다. 2016년, 고객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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