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금리인상 예고에 발행시점 잡기 어려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얼어붙은 국내 회사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해소돼 기업의 자금 조달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과 함께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예고되는 만큼 기업이 회사채 발행 시점을 잡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회사채의 수요예측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돼 있어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시기를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회사채 신청물량은 5조4000억원, 참여물량은 8조6000억원으로 참여율은 159.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38.9%의 참여율을 기록한 것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증권사 관계자는 “여러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회사채를 발행하면 미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연준은 내년에도 두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언제 발행해야 할지’, 투자자는 ‘지금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란 불일치가 지속될 수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LG생활건강, 대우건설 등이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으나 그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의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회사채가 미매각되면 주관사가 그 물량을 떠안아야 해 주관사도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국내 경기의 회복세로 이어질 지도 회사채 시장에는 중요 현안이다. 최근 국내 회사채 시장 경색은 연준의 금리 인상 변수와 함께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 사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특히 7월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 사태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의 회복 신호인지 여부가 회사채 시장을 가름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욱재 IBK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과거 금리 인상 시기보다 현재는 세계 경기가 호황단계는 아니다”며 “과거의 사례처럼 계속적인 기준금리 상승은 이뤄지기 힘들어 세계경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기업의 신용등급 경색 사태가 이어져 회사채 시장이 올해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올해는 대우조선해양이 회사채 시장 경색을 이끌었다면 내년에도 한계기업 중 신용경색 사태를 초래할 곳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 희망퇴직을 여러 차례 실시하는 기업은 물론 건설, 중공업 부문의 기업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회사채는 내년에도 주요 투자처로 부각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