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2월 4일 三旬九食(삼순구식) 한 달에 겨우 아홉 끼를 먹는 가난

입력 2015-12-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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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가난을 말하는 성어에 삼순구식(三旬九食)이 있다. 따로 이야기하려고 어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순(旬)은 열흘이니 삼순은 한 달인데, 한 달에 겨우 아홉 번 밥을 먹는다는 뜻이다.

‘설원’ 입절(立節)편에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 이야기가 나온다. ‘중용’을 지은 인물이다. 그가 위(衛)나라에 살 때 거친 옷에 겉옷조차 없었고 먹는 건 스무 날에 아홉 끼가 고작이었다.[子思居於衛 縕袍無表 二旬而九食] 공자의 제자 자공으로부터 배운 전자방(田子方)이 딱하게 여겨 여우 털로 짠 외투 호백구(狐白裘)를 주려 했다. 하지만 받지 않을 것 같아 사람을 시켜 이렇게 말하게 했다. “나는 누구에게 뭘 빌려주면 즉시 잊어버린다. 남에게 빌려주는 건 버리는 것과 같다.”

자사는 역시 사양했다. 재차 권하자 “남에게 물건을 마구 줄 바에야 구렁텅이에 버리느니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내 비록 가난하지만 내 몸이 구렁텅이가 되는 짓은 못 하겠소이다”라고 했다. 여기엔 이순구식으로 돼 있지만 도연명의 시 ‘의고(擬古) 5’에는 삼순구식이라고 나온다. 참 좋은 시여서 전문을 인용한다.

“동방에 어떤 선비 있어/입은 옷은 항상 온전치 못하고/한 달에 아홉 끼가 고작이요/10년 동안 관 하나로 지내더라/고생이 이에 비할 데 없지만/언제나 좋은 얼굴/내가 그를 보려고/이른 아침에 물을 건너가니/푸른 소나무는 길을 끼고 울창하고/흰 구름은 처마 끝에 머물러 있네/일부러 찾아온 뜻을 알고/거문고 줄을 골라 퉁겨내거늘/처음 곡은 별학조/나중 곡은 쌍봉이란(雙鳳離鸞)/바라건대 그대 곁에 머물러/지금부터 노년까지 함께하고 싶소”[東方有一士 被服常不完 三旬九遇食 十年著一冠 辛勤無此比 常有好容顔 我欲觀其人 晨去越河關 靑松夾路生 白雲宿簷端 知我故來意 取琴爲我彈 上絃驚別鶴 下絃操孤鸞 願留就君住 從今至歲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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