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의 세계] ③中 부호들, 걸작에 통큰 베팅… 대체투자·자금세탁 한방에 해결

입력 2015-11-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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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고미술품 등으로 자산배분 경향… 고위직 부패척결도 예술품 구매 한몫… 中, 세계 예술품 경매 매출 4분의1 차지

중국 부호들의 투자 손길에 예술품 시장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걸작으로 꼽히는 ‘누워 있는 나부’가 중국인 미술품 수집가 류이첸에게 1억7040만 달러(약 1967억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다. 이는 미술품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액수로 세계 예술품 시장에서 중국인의 파워를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인들은 지난해에도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사들이는 등 세계의 주요 경매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씨티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부호들 사이에서 예술과 재테크가 합쳐진 이른바 ‘아트테크’ 열풍이 불면서 글로벌 예술품 시장 붐을 형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 예술 경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4분의 1이 넘는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이러한 성장세가 불과 15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2000년 초반까지 중국에는 ‘미술 시장(art market)’이라고 부를 만한 시장조차 없었으나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중국 예술품 시장은 30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불과 2년 만에 355%에 달하는 성장률로 미국에 버금가는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성장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다. 우선 중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중국 부호의 증가가 첫 번째 배경이다. 중국의 경제가 성장 가도를 달리는 사이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일 재력을 갖춘 중국의 부호들이 늘어났다. 중국 유력 경제 주간지 후룬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10억 달러 규모의 개인 자산가는 총 596명으로 537명인 미국을 제쳤다.

중국 부호들의 부의 축적 방식 변화도 최근 글로벌 예술품 시장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부는 늘어나는데 이를 축적할 곳이 마땅치 않게 되자 예술품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부패척결을 외치며 고위 관계자들의 부의 축적이나 투자에 제한을 두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위 관계자를 비롯해 중국 부호들이 예술품이나 보석, 고미술품 등의 형태로 자산을 배분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세계 자산가들이 예술품이나 보석의 형태로 보유하는 자산은 10% 미만이지만 중국 부호들 사이에서 이 비율은 17%로 상대적으로 높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예술품 시장에 진출한 부호들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예술품 가격도 높아지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전문매체 배런스는 중국 예술품 시장이 앞으로 지금과 같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으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중국 수집가들이 다양한 예술분야에 대한 안목이 높아지면서 높은 가격의 걸작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배런스는 전했다. 미술품 가격정보 사이트 아트넷의 티에리 뒤물랑 마케팅 부문 부대표는 “중국인들의 높아진 안목은 결국 전 세계 예술품 시장의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예술품 시장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해당 시장이 중국 경제에 민감해지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는 예술시장의 급성장 이면에는 중국의 수요가 감소하면 성장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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