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의 세계] ①상위 1%의 세계 ‘아트테크’

입력 2015-11-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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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900만건 62조3230억원 거래… 최근 가격 상승 기대감에 고가품 등장

“5800만 달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5900만 달러”

“6000만 달러”

“6500만 달러, 더 없습니까?”

“네, 6600만 달러”

“6700만 달러”

“9300만 달러”

“마지막 기회입니다. 더 없습니까?”

“9400만 달러”

“9500만 달러”

“진짜 마지막 기회입니다.”

“9500만 달러(약 1097억원)!”…

지난 2010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진행된 파블로 피카소의 1932년 작 ‘누드, 초록 잎과 상반신(Nude, Green Leaves and Bust)’ 경매 현장의 모습이다. 경매사가 경쾌한 리듬에 맞춰 응찰가를 부를 때마다 작품 가격은 100만 달러(약 11억5400만원)씩 뛴다.

숨막힐 듯 긴장감이 흐르던 청중 사이에서는 가격이 뛸 때마다 탄성이 쏟아지고 여기저기서 입찰 의사를 표시하는 패들이 들썩거린다. 경매사는 이따금씩 우스갯소리로 경직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그러다가 가격이 예상가를 한참 뛰어넘었다 싶으면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이 여세를 더 몰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쯤에서 마무리할 것인가’ 탐색전도 잠시, 경매사는 “마지막 기회”라며 경매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경매사의 격앙된 목소리와 함께 가격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더이상 패들이 올라오지 않으면 최종 낙찰을 알리는 망치소리와 함께 경매는 끝이 난다. 그때가 바로 예술품 경매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기점으로 침체됐던 예술품 경매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2007년을 정점으로 위축됐던 예술품 경매 시장에는 금융위기가 끝난 2010년경부터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5월 유럽순수미술재단이 발행한 ‘2015 예술품 시장 보고서(2015 Art Market Report)’에 따르면 지난해 예술품 시장 규모는 510억 유로(약 62조3230억원)로 전년보다 7% 성장했다. 예술품 거래 건수는 3900만건으로 전년보다 6%가 늘었고, 1530점이 100만 유로(약 12억2159만원) 이상에 팔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는 예술품 시장의 호황이 절정이던 2007년보단 여전히 작은 규모라면서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경매에 나오는 예술품에는 경매 참가자가 낙찰가의 기준으로 삼는 예상 가격이 매겨진다. 예상 가격은 경매회사가 전문가 등과 논의를 거쳐 현 시세를 감안해 대략적인 범위에서 정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경매 출품작들의 낙찰가가 예상 가격을 크게 웃돌았다는 건 경매 참가자들이 예술품 시장의 앞날을 그만큼 낙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예술품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는 수요 측에서만 원인을 제공하는 건 아니다. 미술품 공급자 측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부유층은 작품이 출품되면 경기에 관계없이 산다. 그러나 불경기일 때는 판매자가 비싼 값에 내놓으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좋은 작품을 움켜쥐게 되는데,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고가에 거래될 만한 작품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고 말한다.

최근 경기가 호전되고 인플레이션율이 개선되자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예술품 시장에 다시 고가의 작품이 등장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근 경매 시장에서 잇따라 깨지는 예술품 신고가의 과열을 우려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몇 년간 예술품에 기록적인 가격이 계속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투기 목적의 매수세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상 과열 현상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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