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으로부터 3개 화학사를 인수하는 롯데그룹이 삼성SDI 케미칼 부문의 합병 반대라는 암초를 만났다.
삼성SDI 여수사업장 직원들은 11일 여수사업장 본관 앞에서 출범식을 열고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여수사업장은 매각 발표 후 기존의 사원협의회 위원 7명을 비롯해 모두 16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아울러 경기 의왕사업장도 별도의 비대위를 꾸려 조만간 양 사업장 비대위 간 대표를 선출해 사측과 공동협의창구를 마련키로 했다.
비대위는 성명에서 “삼성과 롯데의 빅딜 소식이 미디어를 통해 발표됐지만 최고경영자인 조남성 사장으로부터 한 마디 직접적인 설명이나 해명이 없는 상황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SDI 케미칼 임직원은 매각 반대 뜻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그룹의 핵심 수익창출원으로서 케미칼 사업부가 19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우량한 사업 구조를 구축해왔다”며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화학산업을 쉽게 포기하는 최고 경영진의 무능에 배신감과 허탈감을 느끼며, 그룹 내에서 화학사를 축출하는 행동이 ‘실용’으로 둔갑하는 작금의 사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터리 사업 육성이라는 핑계로 매각을 발표하고 임직원들에게 일방적인 수용만을 강요하는 이 작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재용 부회장과 조남성 사장은 석고대죄의 자세로 임직원에게 사과하고 화학사업 매각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의 매각 반대 주장은 롯데그룹이 삼성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현행 연봉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양측의 이견 조율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롯데그룹은 앞서 지난 8일 인수 대상 회사 중 하나인 삼성정밀화학 노사가 빅딜을 적극적으로 지지·환영하다고 밝힌 데 대해 화학 3개사 직원들의 고용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또 그룹 측은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화학사 직원들의 연봉을 기존 수준대로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