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일본’의 저력] ②위기를 기회로…‘혁신’이 뒤바꾼 운명

입력 2015-11-05 13:55수정 2015-11-06 10:24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일본 전자업계 전반의 부진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혁신에 나선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전통적인 본업에 얽매이지 않고 새 성장동력을 바탕으로 부진의 늪을 탈출했다. 그러나 과거의 영화에 집착해 혁신에 실패한 도시바와 샤프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여전하다.

파나소닉은 과감한 ‘포기’ 전략을 통해 빠르게 성장세를 회복했다. 회사는 주력 사업이었던 TV와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수년 전까지 수 천억엔에 달하는 적자로 고전했다. 회사는 허덕이는 사업을 재정비하는 선에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댔다.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스마트폰 사업은 물론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V와 헬스케어 등을 정리했다. 2010년 테슬라와 배터리 협력 개발에 나선 회사는 이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시켰다. 미래의 자동차는 휘발유가 아닌 전기로 움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는 적중했다. 현재 회사는 테슬라와 폭스바겐 포드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업계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소니는 ‘가전 명가’라는 한때의 타이틀을 과감히 포기하고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것이 5년 만의 반기 흑자 전환에 주효했다. 지난 2월 소니는 사업을 3개 그룹으로 나누면서 이미지 센서와 비디오게임(플레이스테이션), 영화, 음악을 최우선 그룹에 배치했다. 소위 ‘잘 나가는’ 사업부터 챙기겠다는 의도였다. 이와 함께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PC 부문을 매각하고 TV 사업부도 분사했다.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서도 미련을 버리고 사업을 축소해 적자 규모를 줄여나갔다. 올해 3월에는 모바일 사업부에서만 1000명을 감원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부문의 적자 규모는 435억 엔으로 전년보다 1300억 엔 가까이 축소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소니 파나소닉과 달리, 환부를 도려내지 못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기업도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원조격인 샤프가 대표적이다. 현재 파산 직전에 내몰린 샤프는 주력사업인 LCD 패널 사업 정리에 나서는 등 자구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0년간 자리를 지켰던 오사카 본사 건물을 매각하고 최근엔 일본 전체 인력의 15%인 3200명을 감원했다. 하지만 샤프의 앞날에 대해선 잿빛 전망일색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때 샤프보다 큰 규모의 적자를 냈던 파나소닉은 위기를 과감한 개혁과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 빠르게 회생했지만 샤프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용절감의 내용만 있을 뿐 성장전략은 부재한 것도 문제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세계에서 최초로 노트북을 만든 도시바 역시 샤프와 사정은 비슷하다. 도시바는 소니에 이미지센서 사업부를 매각하고 직원을 20%가량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성장 전략이 빠진 비용감축 전략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회사는 지난 7년간 총 2248억 엔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업 이미지마저 실추된 상황이다. 올 상반기에는 900억 엔의 영업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적자는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