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범죄] 합수단 수사에 달라진 여의도 증권가 풍토

입력 2015-11-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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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등 SNS 이용 자제… 대면접촉 ‘활발’ 증권가 인근 커피숍 인산인해

“요즘은 IR(기업설명회)이나 NDR(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기업설명회)을 해도 증시에 곧바로 반영이 안 됩니다. 펀드매니저들이 과거 정보를 이용한 공격적인 매매를 자제하는 추세가 뚜렷한 것 같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상장기업의 IR담당자는 최근 긍정적인 재료로 IR을 해도 예전 대비 주가에 바로 반영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이는 올 들어 증권범죄합수단(이하 합수단)의 본격적인 증권범죄 수사와 더불어 지난 7월부터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가 시행되면서 2차, 3차 정보 제공자인 펀드매니저들도 자칫 쇠고랑을 찰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기업의 호재성 정보를 가지고 정보에 의존한 공격적인 매매를 했다 해도 1차 정보제공자들(애널리스트, IR담당자)만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정보를 2차, 3차로 수령하는 이용자들도 모두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

실제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는 미공개 정보로 부당 이득을 올리는 사람에 대한 처벌 수위와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이 IR이나 NDR 참석시 혹시 불똥이 튈 수도 있어 관련 기업에 대한 매매를 극도로 조심하는 편이 요즘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시장교란 행위 규제법 적용 때문에 때 아닌 특수를 노리는 곳은 바로 여의도 증권가 인근의 커피숍이다.

B증권사 한 관계자는 “장이 끝나고 증권사 인근 커피숍에 슈트 차림의 브로커나 매니저들로 보이는 증권맨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이 유독 눈에 띈다”며 “아무래도 전화나 메신저 등 종목 얘기를 하는 것이 찝찝해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C증권사 관계자도 “시장교란법 적용 이후 사내 메신저나 카카오톡 등 SNS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며 “아무래도 메신저나 전화는 기록이 남기 때문에 혹여 모를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증권가는 합수단의 다음 수사 타깃이 과연 어떤 부문일지도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합수단은 그동안 주식워런트증권(ELW), 채권파킹(불법채권 거래), 주식 내부자 거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알선 작전 혐의 등 소위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전문적인 거래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합수단 수사 방향이 시장에서 다소 베일에 싸인 영업에 대해 강도 높게 진행되는 점을 두고 볼 때, 다음 타깃은 증권사 투자은행(IB)부문이나 자기자본 투자(PI)가 될 것이라는 얘기마저 돈다”며 “실제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내부통제 차이니즈 월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지키면서 투자를 진행했는지 쟁점이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미 3년 전~5년 전 과거 사건도 다시 파헤쳐 수사하는 경향이 뚜렷한 거 같다”며 “앞으로 어떤 사건을 갖고 수사를 벌일지도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미지로 먹고사는 금융투자업 특성상 검찰의 수사가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검찰에서 적발한 일부 범죄세력들 때문에 여의도 전체가 마치 검은 작전의 소굴로 내비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통상 금융업은 이미지로 먹고사는데, 이번 수장 파장 탓에 투자자들이나 업계 전반 이미지 신뢰 하락도가 염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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