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헤지펀드 업계의 올해 3분기(7~9월) 운용자금이 2012년 2분기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세 영향이다.
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조사기관 헤지펀드 리서치 조사를 인용해 올해 3분기 헤지펀드 운용 총액이 2억9000만 달러(약 3301조6500억원)로 2분기보다 950억 달러(3.2%)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운용 금액이 직전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13개 분기만이다. 감소폭 또한 리먼브라더스 쇼크 직후인 2008년 4분기(3144억 달러 감소) 이후 최대였다.
운용규모 축소뿐 아니라 운용 수익률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월별 수익률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원자재 시장 하락세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자 이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수익성 악화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명 헤지펀드가 폐업을 검토하거나 자회사 폐쇄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4000억엔(약 3조7733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던 영국의 헤지펀드 회사 라이온게이트 캐피탈 메니지먼트는 현재 폐업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증시의 급락세와 그에 따른 미국과 유럽시장의 혼란으로 운용 성적이 눈에 띄게 악화하자 투자자들의 이탈이 잇따랐다.
전 세계 경기 동향을 예측하면서 폭넓게 투자하는 매크로 헤지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2000억엔 규모의 매크로 펀드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부터 스위스 프랑의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1월 스위스 국립은행이 유로화 대비 스위스 프랑의 상한제를 철폐하자 환율이 급등해 대규모 손실을 봤다.
이 같은 분위기에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캘퍼스는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자금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프리킹의 에이미 벤스텟 헤지펀드 담당자 역시 “서서히 헤지펀드 모금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헤지펀드의 부진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승을 거듭해온 미국 증시가 보합권을 유지한다면 헤지펀드를 통해 분산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펀드에 투자를 확대하는 연기금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