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 경제는 중국 성장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성장 동력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기준금리는 이 총재 취임 이후 지난해 8, 10월, 올해 3, 6월 각각 0.25%포인트씩 총 1.0%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美 금리 조정 “무시할 수 없다”=한은은 금리 동결 배경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주시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이 외국인 자금유출 등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를 기존 0~0.25%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하자 이달은 물론 올해 마지막 FOMC인 12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금통위는 “세계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 총재는 “미 연준의 금리정책 변화는 국내 금융시장, 국제 실물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면서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국내 물가 안정, 금리 안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고, 연준의 금리 정책뿐만 아니라 모든 국내외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는 중국 경제를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월까지만 해도 우려했던 중국의 금융·외환시장 리스크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이유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중국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주가는 조정 단계를 어느 정도 거쳤고 환율도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다만, 실물 경제에선 위험이 남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내수 회복세, 메르스 사태 이후 비교적 빨라”=금통위는 3분기 내수가 회복하고 있는 것 역시 금리 동결 배경으로 지목했다. 내수가 되살아나면서 통화완화정책을 펼칠 이유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7%로 1분기(1.5%)보다 개선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민간소비가 연간 기준으로 각각 1.8%, 2.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 개별소비세 인하,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소비 활성화 대책으로 (소비는)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소득 여건을 고려해볼 때 소비 개선세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주거비 부담 증가, 노후 소득 불안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낼지는 좀 더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대외 경제여건 등에 비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이 총재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해선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부각된 것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장기화한 면이 있기 때문”이라며 “균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한편, 한은은 기준금리 발표 후 ‘2015~2016년 경제전망’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올해 2.7%, 내년 3.2%로 각각 전망했다. 이는 지난 7월에 예상했던 2.8%, 3.3%보다 각각 0.1%포인트씩 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