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 등 결제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하는 공통 시스템 구축…비트코인에서 널리 쓰이는 ‘블록체인’기술 응용
미국 씨티그룹과 독일 도이체방크,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등 미국과 유럽 일본의 22개 주요 은행이 ‘핀테크’ 부문에서 손을 잡는다.
이들 은행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에서 사용된 기술을 응용해 송금 등의 결제를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단일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3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수수료 인하 등 이용자의 편리성을 높여 금융 부문 진출을 꾀하는 IT 업계에 대항하려는 의도다.
새 시스템에 활용하게 될 기술은 비트코인 결제 등으로 이미 실용화된 ‘블록체인’이다. 기존에는 송금 시에 금융기관이 주체가 돼 돈의 소유권이 넘어간 것을 승인하고, 데이터베이스에 기록이 돼야 거래가 성립했다. 그러나 신기술은 이용자가 서로 거래내용을 확인해 승인하는 식이다. 승인과정이 암호화돼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위조 등 부정행위 위험이 줄어들며, 데이터베이스가 필요 없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결제 등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제휴에 참여한 은행들은 비트코인 등의 가상통화는 해외 송금 수수료가 기존 금융기관의 10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는 점에 주목해 이 기술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처럼 수수료 수입 감소를 감수하고 은행들이 신기술을 도입키로 한 것은 주도권을 직접 쥐고 국제 표준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블록체인이 가진 인증 기능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의 거래에도 적용할 수 있어 성장 여지가 크다는 것.
22개 은행은 ‘블록체인’기술을 선도하는 미국 핀테크 기업 ‘R3’와 제휴해 단일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10월부터 설계와 기술, 규제 등 3개의 부문으로 나눠 미국 뉴욕에서 연구를 시작, 1~2년 안에 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스마트폰 보급과 인공지능(AI)의 발달을 배경으로 핀테크 관련 시장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에 핀테크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금융권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 나스닥OMX그룹도 지난 5월 미공개 주식 거래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테스트에 착수했다.
※용어설명 : 핀테크(FinTech)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을 조합한 신조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등 IT를 활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총칭한다. 규제가 많은 금융업은 지금까지 신규 진입이 어려운 산업이었지만 핀테크의 발전으로 IT에 강한 벤처기업들이 속속 금융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