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금리인상하면 신흥국 자금유출 불가피해질 것”
지난 2013년 신흥국은 자국 통화 가치, 채권과 주식 등 자산 가치가 폭락하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당시 5월 양적완화 축소, 즉 ‘테이퍼링(tapering)’ 가능성을 처음 시사하고 나서 해외자본이 썰물 빠지듯 유출된 영향이다.
그러나 신흥국 앞에는 2년 전 ‘긴축발작’보다 더한 악몽이 기다리고 있다. 연준이 지난 2006년 이후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것이다. 2008년 말 이후 유지됐던 ‘제로(0)’금리의 시대가 끝나려는 것이다.
이미 연준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새 ‘긴축발작’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분기 보고서에서 “연준이 이번 주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신흥국들의 자금유출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BIS의 클라우디오 보리오 통화경제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진국의 이례적인 초장기적인 초저금리 구도 아래 시장이 중앙은행의 일거수일투족에 너무 민감해졌다”며 “통화정책이 글로벌 경제 취약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BIS)이 연준의 금리인상 연기를 직접적으로 촉구한 것과 달리 BIS 보고서는 2008년 이후 신흥국들이 선진국의 초저금리 기조에 기대어 너무 많은 부채를 쌓은 것이 위기의 근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BIS 역시 신흥국이 연준의 금리인상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미 위기 조짐은 벌써부터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가 연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0일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투기)등급인 ‘BB+’로 강등했다.
BI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흥국 비금융 기업들의 달러 표시 회사채 규모는 3조 달러(약 3547조원)를 넘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달러 표시 회사채(은행권 제외) 규모 비율은 현재 25.4%에 달했다. 터키도 17%, 브라질이 16%에 각각 육박하고 있다.
중국 신흥국들은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부채를 통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세계 경제가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엇나간다면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나라는 현재 어디에도 없다고 BIS는 경고했다.
이번 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앞두고 신흥국 채권 인기도 바닥을 기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4일 2019년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40억 링깃어치를 발행했는데 응찰률이 1.53배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