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생산성 연계 임체계 도입ㆍ노동 유연성 강화 필요" 한 목소리
최근 노사관계 악화로 위기에 처한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임금체계와 법·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서울 강남구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주최한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방안 세미나’에서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경쟁여건을 감안할 때 국내 자동차산업은 고비용 저효율의 후진적 노사관계에 머물러 있어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 실장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형성의 핵심요인’이란 주제발표에서 “노사가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타협 선언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한국 자동차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임금경쟁력이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매출액이 감소해 급여액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2009년뿐만 아니라 2014년에도 한국 자동차기업의 매출액 대비 급여액 비중은 12%를 상회했다.
반면, 일본 도요타의 매출액 대비 급여액 비중은 7.8%(2012년)로 크게 낮은 수준이고, 임금수준이 비교적 높은 VW도 10.6%로 한국 자동차기업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생산성 및 제품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임금수준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임금의 비중으로 알 수있다.
조 실장은 "한국의 경우 매년 임금협상, 격년 단체협상은 노조의 단기적 이익 쟁취 행사로 관례화돼 매년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경쟁여건을 감안할 때 고비용 저효율의 후진적 노사관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쟁력(생산성) 향상이라는 큰 틀 아래 협력적 노사관계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또 한국의 경우 매년 임금협상, 격년 단체협상은 노조의 단기적 이익 쟁취 행사로 관례화되어 매년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2~3년마다 노조위원장 선거가 있어 경영실적과는 무관한 투쟁적 성격을 갖는 교섭을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GM은 1999년 이후 단체교섭 주기를 1년에서 4년으로 확대해 단기적 이익추구 행태를 중장기 관점으로 전환했다. 프랑스 르노도 경영유연성을 주기 위해 3년 주기로 변경했다.
일본, 독일 노사는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최우선하는 협조적 관계가 장기간에 걸쳐 형성돼 있다. 매년 교섭하더라도 경영에 부담이 없는 구조다. 파업도 한국은 조합원 과반수로 결정되지만 미국과 독일 등은 조합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조 실장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위해 △생산성 및 직무와 연계된 합리적인 성과급제 도입 △임금수준에 맞는 생산성 향상 방안 마련(생산제품의 수준, 매출액 대비 임금 수준 등 고려)△유연한 임금체제의 도입을 통한 고용의 다양화 추진 등을 주문했다. 또한 독일이나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노동시간 계좌제를 도입하고 시간외 근무의 탄력적 활용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조 실장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권혁 부산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노조관련 법은 70년대 낡은 프레임의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제정됐다"며 "현실에 맞는 새로운 법 제정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근로시간과 임금이 비례하는 현재 임금체계도 문제가 있다"며 "실적에 따른 임금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동훈 서강대 교수도 기존 호봉제에 따른 임금인상안을 고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양 교수는 "호봉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며 "직무성과급제도 등 새로운 임금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법 규정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대학 교수는 "노조법에 쟁위 행위 도중 대체 근로를 사용할 수 없는 조건이 있는데, 대체근로금지 규정을 당장 철폐해야 한다"며 "파업권의 남용을 방지 하기위해 대체근로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우선시 되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