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역내 국가보다 미국과의 금융통합도가 높아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책금리 ‘9월 인상설’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대한 금융의존도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박동현 ADB 이코노미스트와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지난달 ‘동아시아 자산 및 부채에서의 금융통합’이라는 제목의 ADB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13년 동아시아 국가의 투자자산 비중(전체 해외포트폴리오 투자자산 대비)을 지역별로 보면 미국이 27.1%로 가장 높았다. 또 역내 국가에 대한 투자자산 비중(21.4%)을 상회했다. 특히 같은 기간 한국을 보면 미국에 자산 비중이 38.5%로 가장 높고 유럽(17.6%), 동아시아(17.4%), 기타(26.5%)가 뒤를 이었다. 이는 동아시아(27.1%)와 일본(34.2%)이 미국에 보유한 자산보다 각각 11.4%포인트, 4.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부채도 동아시아의 대(對)미국에 대한 비중이 역내 비중보다 컸다. 2001~2013년 동아시아 국가의 지역별 부채 보유 비중을 보면 미국에 30%대를 유지한 반면 동아시아나 유럽에는 각각 30% 선을 줄곧 밑돌았다.
보고서는 또 동아시아 국가의 금융통합 정도를 추정하고자 2001~2012년 동아시아 포트폴리오 투자자산을 모형 분석했다. 추정결과 동아시아 국가와 미국 간 금융통합도가 역내 금융통합도의 4.7배로 나타났다.
아울러 보고서는 ‘긴축발작’(테이퍼 텐트럼)으로 인한 각국의 환율 절하폭을 부채조달의 다변화에 따라 회귀분석했다. 긴축발작이란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처음으로 양적 완화 축소를 시사한 뒤 신흥국 통화가치, 주가 및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현상을 가리킨다. 분석결과 부채조달을 다변화할수록 환율 절하폭이 작았다. 즉 여러 나라에 분산해 부채를 질수록 외환시장 변동성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동현 ADB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역내 국가보다는 미국과의 금융통합도가 높아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 시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며 “향후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금융통합을 심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