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규정 관련 회원국 이견 좁혀지지 않아…멕시코·미국 노동계 강경한 입장
자동차 부품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의 마지막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조립 생산하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과 관련해 원산지 규정을 놓고 회원국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말 TPP 고위 각료 협상에서도 캐나다의 낙농업 시장 개방에 대한 반대와 더불어 자동차 부품이 가장 큰 이슈였다.
특히 그동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으로 자동차 생산 혜택을 누려왔던 멕시코는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중국과 태국 등 TPP 회원국 이외 지역에서 자동차 부품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멕시코 자동차 업계는 이런 지역에서 수입한 부품이 50% 이상 들어가면 TPP 관세혜택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멕시코는 물론 캐나다도 NAFTA 회원국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자동차와 부품 주요 공급망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TPP로 이런 혜택이 일본으로 옮겨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도 곤란한 입장에 빠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후반 최대 치적이 될 TPP 타결을 위해 일본과 1년여 넘게 집중적인 협상을 벌여왔다. 한편으로는 미국 근로자들이나 이웃국인 멕시코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도 달갑지 않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중간자적인 입장이다. 만일 원산지 규정을 엄격히 하면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규정이 너무 느슨하면 일본과의 경쟁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
미국 노동계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규정을 요구하고 있다. 리처드 트룸카 미국 산별노조총연합(AFL-CIO) 위원장은 지난 1일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원산지 규정의 느슨한 적용을 고려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이는 일자리를 대가로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토모티브리서치센터의 션 맥알리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 중국산 부품이 많이 들어간 매우 싼 토요타와 렉서스 차량들이 대거 들어올 수 있다”며 “TPP의 원래 목적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것인데 어째서 중국산 제품의 대량 수입을 허용하느냐”고 반문했다.
한 일본 관리는 “우리는 자동차업체들의 기존 공급망을 보호하고자 느슨한 규정을 원하고 있다”며 “절대 중국 아웃소싱을 장려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변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