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심 끝에 기준금리, 지급준비율(이하 지준율) 동시 인하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차이나 쇼크’로 휘청거렸던 글로벌 증시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는 이미 지난 6월 꺼냈다가 실패한 카드인 데다 지난달에도 ‘중국증시 폭락-중국당국 경기부양책 도입’을 경험했던 터라 시장은 이번 금리 카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5일(현지시간) 1년 만기 위안화 대출 기준금리는 4.60%로, 같은 만기의 예금 기준금리는 1.75%로 각각 25bp(bp=0.01%P)씩 낮춘다고 밝혔다. 또한, 다음달 6일을 기해 모든 위안화 예금에 대한 지준율을 50bp 내리기로 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작년 11월 이후 다섯 번째, 지준율 인하는 올 들어 세 번째다.
특히 중국 당국이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동시에 하향 조정한 것은 지난 6월 27일 이후 두 달만이다.
증시폭락을 수습하려는 중국 당국의 조급함은 글로벌 시장에는 기대만큼 반영되지 않았다. 뉴욕증시는 장 초반 2%가 넘는 급등세를 보였으나 막판 매물이 쏟아지면서 뒷심을 잃고 결국 반등에 실패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4.91포인트(1.29%) 하락한 1만5666.44를, S&P500지수는 25.60포인트(1.35%) 떨어진 1867.61을 각각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19.76포인트(0.44%) 내린 4506.49에 머물렀다.
더욱이 이날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증시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차이나 쇼크 후유증이 너무 컸다. 미국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7월 신규주택 매매는 50만7000채를 기록하며 전월(48만1000채·수정치) 수치를 웃돌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증시부양을 위해 추가로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조치는 부득이하게 필요했던 것,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후 추가 조치 필요할 것”이란 의견을 밝히고 있다.
특히 중국발 증시 쇼크 여파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리커창 중국 총리의 조기 퇴진설도 흘러나오고 있어 중국 내에서 경제·정치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증시 폭락이 공산당의 통치 위기로 확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 총리가 자신의 정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금리 카드 성패 여부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며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 근거로 인민은행의 이번 부양책 발표 이후 유럽증시가 전날 낙폭을 모두 만회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지수선물이 모두 오름세를 보인 만큼 향후 추이를 좀 더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