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정당한 것일까. 대법원이 대법관 전원의 심리로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대법원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6개사가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다음달 18일 오후 2시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만약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대형마트들은 휴일에 정상영업을 하는 것은 물론 예전처럼 24시간 영업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 '의무휴일제' 소송 1라운드는 업계 완승… 이후 조례 개정하자 '전패'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조항이 신설됐다. 이 조항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치단체장은 오전 0∼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했다. 중소상인들의 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대형마트들은 이 조례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전국 각지에서 소송을 냈고, 1차전에서 대부분 승소했다. 영업제한은 시장 등 지자체장의 권한에 속하는 '행정처분'인데, 처분권한이 없는 의회가 조례로 이를 의무화한 것은 지자체 장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게 판결의 주된 논거였다.
이후 지자체들은 조례를 개정해 지자체 장이 영업시간 제한을 '해야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문구를 바꿨고, 이후 벌어진 소송 '2라운드'에서는 대형마트들이 전패했다.
■ 서울고법, 동대문구 사건에서 업계 손 들어줘… '이마트는 대형마트 아니다' 판결
하지만 동대문구 사건에서는 1,2심이 엇갈리며 대형마트 업체들이 반전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사건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진창수 부장판사)는 2013년 9월 "의무휴업일 지정 등으로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가 적지 않을 것이나 중소유통업자, 소상인,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에는 큰 영향을 미쳐 공익 달성에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패소판결했다. 당시 다른 지역에서 나온 결론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내용이었다.
반면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장석조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1심 판결을 뒤집고 대형마트 측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방법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아직까지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점포에 입점한 임대매장 업주 역시 중소상인인데도 오히려 이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법 해석에 치중한 나머지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2심에서 서울고법 재판부는 원고들이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말하는 '대형마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법은 대형마트를 '매장 면적이 3000㎡ 이상으로 점원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 집단'이라고 정하고 있는데, 홈플러스 등에서는 '점원의 도움 아래'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