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 자본시장부 차장
노조는 또 어떤가. 파업을 위한 파업을 벌이고 불법 파업 장기화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든 말든 식의 파업을 벌이는 노조도 있다.
많은 국민들은 재벌이나 노동계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역대 정부 중 재벌개혁과 노동개혁 카드를 꺼내들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는 아니어서 ‘청년 고용절벽’이라는 우리 사회의 큰 벽 앞에 정부와 여당은 “정권을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만큼은 꼭 성사시키겠다”며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야당과 노동계 등에서는 재벌 개혁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둘 중 한 분야의 개혁을 먼저 추진하면 다른 분야의 개혁이 우선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정치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지금껏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전문가들은 재벌과 노동개혁의 해답은 간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사주, 즉 종업원주식소유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종업원들이 주식 보유를 확대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줌으로써 노조와 경영진 간의 견제와 균형의 묘를 살리자는 것이다.
기업의 종업원들은 사법당국이나 일반주주와는 달리 기업 내부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나 전횡을 감시할 수 있다. 종업원 자신들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의 횡령과 배임,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 벌어지면 봐도 못 본 척 넘어갈 수 있을까.
또 불법 파업과 파업을 위한 파업을 벌여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해 당장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이 큰 폭으로 떨어져 손해가 발생하므로 노조원들이 명분 없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회사가 어려워져 임금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주가가 급락해 우리사주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될 상황이면 임금 등 구조조정에 무조건 반대만 하겠냐는 것이 종업원주식소유제도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이런 제도는 독일을 비롯해 세계 수많은 선진국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정부 또는 회사가 각종 정책적 지원을 통해 종업원들로 하여금 자기 회사의 주식을 취득해 장기간 보유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근로자 복지증진, 경영참여, 노사협력 제고, 소유분산, 기업의 자본조달 기여, 기업의 구조조정, 기업생산성 향상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종업원주식소유제도 확대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재벌이나 노동계 모두 도입 필요성에 대해 소극적이다. 이는 재벌, 노동계 양쪽 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종업원 주식소유 확대는 종업원주주 대표 이사제도 실시가 가능케 되어 종업원주주의 이익을 대변함과 동시에 소수 주주권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고, 이사회제도의 기능 강화를 통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된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종업원이 주주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 발전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수동적인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주인의 위치로 전환됨에 따라 수평적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져 노사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는 종업원 주식소유 참여가 소수 주주 권한의 증대를 가져올 수 있고, 종업원주주가 내부감시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경영자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견제세력으로 작동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사주제가 활성화된다면 종업원주주의 영향력은 직·간접적으로 강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이다. 이러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효과는 기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져 우리의 전투적 노사관계가 청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