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혹은 영화가 성공하면 대중은 감동의 여운을 길게 간직하고 싶어서 촬영장을 찾는다. 작품에 나왔던 배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주인공이 돼 보는 것도 기분 좋은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촬영장을 방문했다가 실망하는 관광객도 크게 늘고 있다. 작품에서 본 것과 다르게 시설물이 파괴됐거나 훼손됐기 때문이다.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관공서 및 기관의 시설물 관리도 문제지만, 대중의 안일한 생각과 결여된 주인 의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관리 소홀의 가장 큰 문제는 예산부족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촬영장의 시설을 유지, 보수, 관리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나마 지자체에서 보수 예치금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없는 곳이 태반이다. 예산이 없기 때문에 관리 인력을 두기란 쉽지 않다.
두 번째는 낙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찾은 촬영지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낙서하는 사람이 많다. ‘선영♥우혁 사랑해 영원히’, ‘정민과 찬호 만난 지 1000일 되는 날’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낙서는 쉽게 지워지지 않고, 낙서한 부분을 페인트로 덧칠해 가린다고 해도 원래 조형물과 질감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티가 난다.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장소 협찬과 제작에 참여한 울진군청 측은 “태풍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시설물이 훼손되거나 파괴되는 경우도 있고, 인위적인 훼손하거나 낙서하기도 한다. 최근 1000만원의 예산으로 세트장을 유지 보수했다”고 말했다.
순천 드라마 세트장을 관리하는 순천군청 측은 “매표소 직원 3명과 시설물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1명 등 10여 명이 촬영장을 관리한다. 성수기에는 하루 3000~4000여명이 입장하고, 비수기 때도 1000여명이 입장하는 만큼 관리 감독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몰래 낙서를 하거나 시설물을 파괴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나마 순천 드라마 촬영장은 잘 관리가 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영화 허삼관의 배경이 된 순천 드라마 촬영장. 사진제공=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