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경제학] 우유 안 마시면 생산자ㆍ소비자 모두 손해

입력 2015-07-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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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낙농업계가 남아도는 우유 문제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남은 우유를 가루 형태로 말려 보관하는데 올해 국내 분유 재고는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0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올 3월 분유(전지+탈지) 재고량은 2만2309톤으로 낙농진흥회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5월 현재 재고량은 총 2만1564톤으로 2년 전인 2013년 재고량(7328톤)의 3배에 달한다.

우유 소비는 최근 출산율 감소와 수입 확대까지 겹치면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흰 우유와 가공우유의 국민 1인당 소비량은 우리 국민이 가장 우유를 많이 마셨던 2003년과 비교해 볼 때 2003년 38.2kg에서 지난해 32.5kg으로 11년 만에 15%(5.7kg)나 줄었다. 11년 사이 국민 한 사람이 고기 10근(6000g)에 달하는 무게를 덜 마신 셈이다. 유럽인들 우유 소비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계속해서 줄고 있다.

반면 분유 수입은 해마다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3년 6220톤이던 분유 수입량은 지난해 2만3213톤으로 3.7배 급증했다.

낙농업계에선 우유 소비가 줄었지만 올 연말 분유 재고량이 최대 3만톤에 이를 것으로 보여, 우유 수급 불균형이 계속 심화해 ‘우유 파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유 소비 감소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낙농가들이 탈지유를 하수구에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온타리오주 밀크마케팅보드(DFO) 회장인 랄프 디트리쉬(Ralph Dietrich)씨는 탈지유를 폐기하게 된 배경에 대해 낙농가에 서한을 보내고 “지난 2년간 유제품에 대한 총수요는 비교적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유지방함량이 높은 버터, 생크림, 치즈 및 요구르트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했다.

이어 “저지방 우유에 대한 수요의 증가 추세가 꺾이면서 유제품 중 수요가 가장 저조한 분야가 음용유”라고 덧붙였다.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시장가격을 고려해 상품의 가격과 매매시점, 수량 등의 측면에서 생산과 소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상품 수급은 균형을 이루게 돼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학적 개념이 우유 시장에선 통하지 않고 있다. 생산자가 재고가 넘쳐난다고 해서 가격을 내리기도, 생산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유는 수요의 변화에 따라 공급량을 순발력 있게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격이 시장ㆍ수급 상황보다는 원유 생산비용에 근거해 결정되는 것이다.

우유는 국민 식생활의 필수식품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안정된 생산기반유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유가 남아돌면 생산자를 곤경에 빠뜨리고, 심하면 더는 생산을 해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사회 전체로 보면 자원 낭비이고, 필요한 재화를 소비할 기회를 잃게 함으로써 사회의 경제생활 수준을 정체 또는 퇴보시킬 수 있다.

소비자들도 경제생활에서 가진 돈은 한정돼 있는데 이걸 사야 좋을지 저걸 사야 좋을지 골라야 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하지만 기회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기회비용을 치르는지 모르고 넘어갈 수 있다.

우유 1컵을 마시면 114가지 영양소를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우유에는 단백질, 지방, 유당, 칼슘, 인, 마그네슘 외 미량의 미네랄과 각종 비타민 등 우리 몸에 필요한 114가지의 영양물질이 골고루 들어 있다.

우유를 즐겨 마시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성장 발육이 더 좋고, 뼈 크기가 커서 골절률 역시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이, 기회비용만 따지고 보면 완전식품인 우유를 먹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들어온 ‘안티 우유(밀크)’ 여론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평균 우유를 반 잔밖에 안 먹는 나라에서 수입 문화인 ‘안티 밀크’를 맹신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선태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는 “(우리 국민은) 우유를 많이 안 먹는 데 왜 우유를 탓하나”라며 “우리 낙농 현실은 모른 채 외국서적을 그대로 번역해 마치 우리나라 실정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3일 전남 광주 여성단체회관에서 개최된 ‘우유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릴레이포럼’ 행사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강섭 남양유업 부장은 우유의 체중감량 효과와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숙취해소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다이어트와 관련 미국 워싱턴대 고든 박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우유는 체지방을 조절하는 항비만인자들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D, 불포화지방산이 흡수되기 쉬운 형태이므로 체중감량을 위한 식이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자료제공=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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