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출연하던 요리연구가이자 외식사업가 백종원이 잠정 하차한 것이다. ‘마리텔’ 제작진은 26일 “백종원씨가 오늘 진행되는 사전 인터넷 생방송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녹화불참은 일시적인 것일 뿐 완전한 하차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리텔’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백종원의 모습을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 백종원은 tvN ‘집밥 백선생’등 다른 프로그램은 차질 없이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백종원의 ‘마리텔’ 하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최근 불거진 아버지 백모 전교육감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경찰조사다. 아버지의 성추행 혐의의 경찰조사에 대한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며 방송에서 맹활약하며 스타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백종원에게 여론의 불똥이 번졌다. 아버지에 대한 비난과 악플이 잘못이 전혀 없는 백종원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대다수 시청자는 아버지의 경찰조사와 아들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방송출연을 계속 하라는 요구를 했지만 일부는 악플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아들 백종원에게 정서적, 심리적 부담감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마리텔’ 방송 포맷 특성 역시 백종원의 하차를 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마리텔’은 TV와 인터넷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실시간으로 네티즌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이를 프로그램 제작에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포맷이다. 쌍방향 방송인 셈이다. 예상치 못한 의견이나 악플, 욕설들이 채팅창을 통해 언제든지 보여질수 있는 상황이다. 백종원 부친 사건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백종원이 큰 부감을 느꼈을 것이다.
네티즌과 시청자와 함께 만드는 쌍방향 방송인 ‘마리텔’은 소통의 달인이라고 평가받는 백종원 마저도 예상치 못한 아버지나 가족에 대한 악플에는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마리텔’을 연출하는 박진경 PD가 지난 22일 SNS를 통해 “출연자들이 정신을 무장하고 녹화를 진행해도 카메라 앞에서 실시간으로 악플과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가 없다. 소통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니 건전하고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당부한 것도 프로그램 특성상 일부 네티즌의 악플이나 비난, 욕설을 출연자들이 감내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드 미디어인 TV와 뉴미디어인 인터넷의 특성을 잘 살린 ‘마리텔’은 콘텐츠 제작 과정에 네티즌의 참여를 일상화시켰고 시청자와 네티즌을 단순히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견과 반응을 보이며 프로그램 제작의 한 주체 역할을 하게 하는 방송환경을 조성했다. 의미있는 시도인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제작에 수용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부정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마리텔’이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그리고 백종원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방송 포맷의 진화의 가능성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