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장기예금 11조 증가…2014년 한 해 증가분의 두배
올해 1분기 가계의 여유자금이 제2금융권 장기예ㆍ적금 상품에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손실 부담이 없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조그마한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은행의 ‘2015년 1분기 중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1분기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굴리는 돈(운용자금) 가운데 예금취급기관의 장기(1년 초과) 저축성예금은 작년 말과 대비해 11조5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증가한 가계의 장기저축성 예금이 총 6조2000억원이라는 점에 비춰 연간 증가분의 2배 가까이가 불과 석 달 사이에 몰린 것이다. 더구나 이는 단기 저축성 예금이 1분기 동안 8800억원 줄어든 상황에서 더욱 눈에 띈다.
작년 8월과 10월 있었던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올해 들어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금융권에서는 고객 자금이 예ㆍ적금에서 주가연계증권(ELS) 등과 같은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또한 시중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장기상품보다는 단기상품이나 자유입출금식 상품과 같은 부동자금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많았다.
그러나 자금순환 통계로 확인된 현실에서는 지난 1분기 동안 시장 예측과 정반대의 ‘머니무브’가 발생한 셈이다.
장기저축성 예금 증가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금융소비자들은 단 0.1%포인트라도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자금을 이동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문소상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1분기 늘어난 11조5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과 같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예ㆍ적금 상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1∼2월만 보면 지역농협과 같은 상호금융에 2조원가량이, 새마을금고에 1조7000억원, 상호저축은행에 1조원, 신용협동조합에 7000억원가량이 각각 유입되는 등 두 달간 약 5조7000억원의 가계 자금이 이들 기관의 장기저축상품에 몰린 것이다.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안전한 투자처 중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고자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상호금융 등을 찾아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상호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비은행 예금기관도 기관별로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가 되기 때문에 안전 투자처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