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는 물론 로스쿨을 한다는 미국이나 일본도 사법 공직의 길을 우리처럼 막아 놓지 않습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는 순간 홀로 남은 변호사시험법은 바로 위헌 논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시험 폐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가 이같이 주장했다. 로스쿨 도입으로 사법시험은 2017년 폐지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로스쿨 출신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는 법조인 선발 방식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주어져야 할'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에 의하면 사법시험이 폐지된 이후부터는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배타적 공직임용시험 성격을 갖는 변호사시험의 위헌성 논란과 대학원제 로스쿨이 갖는 고비용 구조의 본질적 문제 등을 봤을 때 프랑스처럼 법조인 양성방법 이원화(로스쿨과 사법시험 병행)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는 원칙적으로 사법관이 되려면 국립사법학교의 입학시험을 치루고 31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졸업한다. 그러나 국립사법학교를 졸업하지 않더라도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특별 채용하기도 한다. 2015년 임용된 263명의 사법관 중 국립사법관학교 출신은 204명, 특별선발제도 출신은 59명이다.
김태환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는 토론에서 "일본에서 로스쿨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예비시험보다는 아예 로스쿨 제도와는 다른 사법시험 존치가 우리나라에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예비시험은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시험이다. 일본에서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으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게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서 도입됐다.
국내에서는 박영선 의원 등이 일본처럼 예비시험을 도입하는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이사는 이에 대해 "예비시험에 합격해 로스쿨 졸업자와 동등한 실력이 있다고 인정받은 사람이 다시 방송통신대 로스쿨 등에서 3년 간 교육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고, 3년 간 교육을 받게 할 것이라면 예비시험은 그 존재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변호사협회·서울지방변호사회·대한법학교수회가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주최를 맡은 새누리당 의원들도 개회사를 통해 사법시험 존치에 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는 고비용과 입학전형과정의 불투명성, 법조인 선발 기준의 불확실성 등으로 서민의 법조계 진출기회를 어렵게 하고 학력에 의한 차별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같은당 노철래 의원은 "누구나 노력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던 사법시험 제도에 비해 로스쿨 제도는 법조계 진입장벽을 높여 사회계층 간 이동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함께 토론회를 주최한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은 최근 사법시험을 유지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과 사법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예정대로 사법시험을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변호사 100명은 17일 '사시 존치 반대' 성명서를 내고 "사법시험 존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부추겨 결국 변호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 대의원 347명 중 3분의 1가량이 '사시 존치' 공약을 내세운 하장우(61) 대한변협 회장과 다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들은 "로스쿨 출신들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채 사시 존치가 전체 회원의 입장인 것처럼 주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