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도 연초 대비 568% 급등… 아가방·모두투어 등 유아용품·여행주도 고공행진
올 상반기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눈이 중국의 소비 패턴에 쏠렸다. 중국인들이 소득 증대에 따른 구매력 강화와 위안화 강세를 기반으로 한국 제품을 구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한국 제품 구입은 상장사의 매출 증가로 이어져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소비로 인해 ‘중국 소비주’로 묶인 종목들이 급등하면서 증시에서는 ‘중국’이라는 말만 붙어도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중국 테마주 대표 주자 ‘화장품’ =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화장품주들의 주가가 폭등했다.
특히 중국이 스킨케어 화장품 관세를 기존 5%에서 2%로 낮추면서 중국향(向) 화장품 매출 증가가 기대되며 화장품주들의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연초 233만원이던 주가가 최고 403만원까지 급등하며 무려 72.96%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한국화장품은 지난 1월 2일 주가가 4510원에 불과했으나 중국 테마를 타며 지난 4월 최고 2만200원까지 급등했다. 3개월 만에 주가 상승률이 무려 347.9%에 달한 것이다. 코리아나 역시 지난 5월 주가가 연초 대비 568.5% 급등하며 52주 신고가인 1만8350원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한국콜마, LG생활건강, 제닉, 산성엘엔에스 등이 급등세를 보였다.
이 같은 화장품 테마주들의 고공행진에 일부 기업들은 신사업으로 화장품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로만손, 행남자기, 천호식품 등이 화장품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아용품ㆍ여행株 ‘고공행진’ =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 완화에 따라 유아용품 관련주들도 수혜가 기대되며 급등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1가구 1자녀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하면서 중국 유아용품 시장이 약 18%씩 성장해 오는 2018년 100조원까지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국내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육아 관련 프로그램들이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서 케이 브랜드(K-Brand)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영향은 국내 유아용품 브랜드들의 중국 진출에 긍적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유아용품주들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가방컴퍼니는 연초 6930원이던 주가가 지난 4월 127.27% 증가하며 1만5750원의 신고가를 기록했다. 보령메디앙스는 1월초 7650원이던 주가가 지난 5월 3만1250원까지 치솟으며 주가 상승률이 무려 308.5%에 달했다. 제로투세븐 역시 지난 4월 주가가 연초 대비 146.3% 증가한 1만9950원까지 급등했다.
중국 여행객들의 증가로 인해 여행주들도 상승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4월말 기준 누적 206만787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나 증가했다.
이에 모두투어는 연초 대비 지난 5월 기록한 52주 신고가가 58.32% 높은 3만9500원을 기록했다. 하나투어 역시 연초 7만7300이던 주가가 최고 14만2000원까지 83.7%나 급등했으며, 인터파크는 최고 주가가 22.54% 상승했다.
이 밖에도 중국과 관련해 의류, 밥솥, 게임, 홈쇼핑, 성형 관련 종목들이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 성장폭을 확대했다.
◇중국 소비주 열풍…왜? = 올 상반기 중국 소비주들의 상승세는 중국인들의 총소득이 증가한 동시에 유로화·엔화 대비 위안화의 강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의 연평균 총소득 증가율이 20% 내외를 기록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호적제도 개혁, 사회보장제도 학대 등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인들의 소득 증대가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위안화는 지난해부터 유로화 대비 23.3%, 엔화 대비 10.3% 강세를 보이며 중국 소비 관련주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중국 소비주들은 최근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메르스 악재는 중국 소비주의 옥석 가리기가 되는 계기가 되며 무분별한 테마주의 급등세를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르스 확산 공포가 시장 현안으로 급부상하면서 변동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특히 이번 메르스 사태는 고평가된 주도주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 관련주 위주의 시장 구도는 지난 4~5월 조정 장세에도 큰 변화가 없었지만 최근 메르스 확산을 계기로 중국 소비주 중 상당 수가 매물 압력에 노출됐다.
정 연구원은 “이들 중국 소비주의 수급 안정화와 추세 복귀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현시점에서는 실적 개선 모멘텀(상승동력)을 기준으로 중국 특수 관련주들에 대한 슬림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