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WTI 선물 거래량 하루 평균 100만건으로 브렌트유 추월…유가 크게 변동하면서 투자자 몰려
국제 석유시장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원유선물시장에서 2년 전 브렌트유에 원유시장 왕좌를 빼앗겼던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올해 다시 그 지위를 탈환했다고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현재 글로벌 양대 선물거래소인 CME그룹과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 모두 WTI와 브렌트유 선물을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CME는 WTI가 8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ICE는 브렌트유가 지배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CME와 ICE에서 거래된 원유선물상품 건수를 집계한 결과 WTI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약 100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이상 급증했다고 FT는 전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 거래량은 하루 평균 87만6000건으로 전년보다 35% 늘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이 WTI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WTI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44% 하락한 상태다. 유가가 크게 변동하면서 브렌트유와 WTI 거래가 늘고 있지만 특히 투자자들은 WTI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CME는 “우리 에너지 상품 전반적으로 견실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WTI가 그렇다”고 강조했다. 브렌트유 비중이 큰 ICE는 지난 1분기 글로벌 원유선물시장 점유율이 50%로, 전년의 55%에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ICE는 “브렌트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WTI의 유가 변동성이 크다”며 “경쟁 거래소들이 WTI 거래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고 브렌트유에 비해 비상품기업들의 참여도 많다”고 WTI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나스닥이 앞으로 수주 안에 원유선물시장에 진출할 예정이어서 WTI와 브렌트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2년간 WTI가 집결하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지역과 멕시코만에 새 송유관이 연결되면서 WTI가 국제유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완화한 것도 인기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쿠싱으로의 공급이 늘면서 WTI가 원유 수급현황을 어느 정도 정확히 반영하게 된 것이다.
WTI가 미국 중심인 반면 브렌트유는 북해와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생산하는 원유 벤치마크로 쓰여왔다. 2년 전만 해도 브렌트유와 WTI의 스프레드(가격차)는 20달러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4달러 미만으로 줄어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