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나오고서 3주간 증시에서 가장 많이 타격을 받은 여행·레저·화장품 주에서만 시가총액이 5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에 따른 시가총액 감소는 메르스의 경제 영향을 가늠케 하는 것으로, 최종적인 영향은 메르스의 조기 극복 여부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오고서 3주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본 이들 종목은 주가 하락으로 인한 시가총액 감소액이 이미 5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유커의 수요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세를 탄 화장품주의 시가총액 감소폭이 컸다.
아모레G는 이달 9일 현재 주가(종가 기준)가 16만8500원으로 첫 환자 발생 직전인 지난달 19일(19만8000원)보다 14.9%나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3.5%)의 4.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이 기간 15조7986억원에서 13조4448억원으로 2조3538억원이나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이 1조6953억원 줄고 LG생활건강도 1조4213억원 감소했다.
또 한국화장품(-337억원), 한국화장품제조(-292억원) 등도 시가총액이 줄었다.
이에 따라 중국 현지 진출로 유커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은 코스맥스의 시가총액이 4995억원 증가한 것을 비롯해 한국콜마, 코리아나 등 일부 화장품 업체 선전에도 불구하고 화장품주의 시가총액 전체 감소폭은 4조8419억원에 달했다.
역시 유커의 영향이 큰 면세점 관련 주식인 호텔신라(-2159억원)와 AK홀딩스(-93억원)의 시가총액도 줄었다.
유커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여행 수요 감소 우려로 여행사나 항공사의 주가도 하락했다.
하나투어의 시가총액은 1336억원 줄고 모두투어(-504억원), 대한항공(-947억원), 아시아나항공(-351억원) 등도 감소했다.
화장품이나 여행 관련 주에서만 5조원이 넘게 시가총액이 준 것이다.
시민들이 외출도 가급적 자제하면서 영화관을 운영하는 CJ CGV의 시가총액도 이 기간 635억원 준 점 등에 비춰보면 피해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백화점 등 유통주에도 메르스의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의 경제 영향은 조기극복만 한다면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스나 일본의 지진 사례를 보면 일시 충격으로 소비가 당장 줄더라도 그 수요는 뒤로 미뤄지는 측면이 강했다"며 "메르스가 이번주를 피크로 둔화한다면 해당 주식을 저가매수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환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 사스 때는 2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급락하기도 했다"며 "결국 충격의 정도는 메르스의 확산 여부에 달린 만큼 향후 진행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