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적시타] 15년 만의 새 면세점 나눠먹기가 왠말...경쟁력이 ‘0순위’돼야

입력 2015-06-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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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규 산업국 유통팀장

“이번 면세점 심사 평가표를 봤더니 면세점을 잘하는 기업을 뽑겠다는 게 아니라 모든 것에 능한 제너럴리스트에게 특허를 주려는 인상을 받았어요. 자선사업, 사회봉사, 상생협력, 고용창출, 지역여론, 중기제품 판매 등 너무 많은 걸 요구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심사 서류접수 마감이 끝나는 날 유통업계의 한 고위 임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관세청이 심사 기준을 바꿔 세분화한다는 것이 오히려 관광산업 발전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접수를 마친 기업들은 자신들이 사업권을 획득해야 하는 당위성과 이유를 내세우면서 물밑 경쟁에 한창이다. 유통재벌들이 대부분 입찰에 참여, 그룹 총수들이 직접 현안을 챙기면서 실무선에서는 피가 마를 지경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각 그룹 CEO들의 경영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오면서 부담감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업권 획득에 실패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관세청이 발표한 심사기준에 맞추다 보니 후보마다 각각 강점과 약점이 분명해져 어느 누구도 사업권 획득을 장담하지 못한다. 대신 벌써부터 이상한 잡음이 들린다. 일부 기업이 사업권 획득을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조직적으로 윗선에 줄을 대느라 분주하다는 것이다.

한 기업에 대한 내정설도 파다하다. 재벌가가 총출동했기 때문에 그룹별 안배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서류심사는 요식행위일 뿐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그동안 면세점은 특혜사업이라는 고정관념이 발목을 잡고 있어 어느 때보다 관세청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주변의 바람이다.

심사의 절대적인 기준은 ‘경쟁력’에 둬야 한다. 면세점 사업이 유커(중국인 관광객)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 사업은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 국내 경쟁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당연히 지속 가능하고 유커들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관광산업 전체의 판을 보고 심사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단순히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 비율이나 신규제품 발굴 실적 등을 절대적인 잣대로 놓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유커들이 원하는 제품이 새로 선정된 면세점에 진열돼 있지 않으면 쇼핑이 주 목적인 이들은 그대로 일본 등지로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이번 기회에 면세점을 중심으로 관광 인프라를 만들고 유커들이 다시 올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업체로 선정해야 하는 이유다.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 심사 평가표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15년 만에 새로운 면세점의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관광객을 유치해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면세점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자는 목적이 오히려 상생과 사회 환원에 매몰될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셜리스트를 키우려면 몇몇 조건은 제외해도 된다. 경쟁력은 모든 것을 포괄하기에는 특성상 힘들다. 우린 모든 것을 잘하는 기업보다 면세점을 잘하는 기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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