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1년 만의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네팔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8500명을 넘어섰다.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도도 상황은 마찬가지. 하루에 200명이 넘는 인구가 ‘죽음의 폭염’을 피하지 못했고, 지금까지 2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국내 기상청에서 집계한 지난달 해외 지진 사례는 모두 11건. 네팔 이외에 솔로몬제도 호니아라, 파푸아뉴기니 코코포, 일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올해(1~5월) 들어서만 35건의 지진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지진이 다가 아니다. 화산 폭발(일본 가고시마, 칠레 칼부코), 폭우, 허리케인 등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인류가 ‘손을 쓸 겨를도 없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각종 재해로 피해국을 지원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바쁘다. 재해 발생시 피해국을 돕는 지원 능력은 해당 국가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정부도 물론 재해국을 지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번 네팔 참사에도 1000만 달러(약 111억원)를 무상 원조키로 했고, 구조 인력도 최초 10명에서 40명을 증원해 파견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 정부의 재해 지원 속도는 아직 늦은 감이 있다. 네팔 대지진 당시 미국, 독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인력 및 물품 대응 속도는 우리 정부보다 한 걸음 빨랐다.
한국은 세계에서 최초로 경제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나라다.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에 따른 책임 역시 요구되고 있다. 재해에 대한 경각심과 대응책이 중요시되고 있는 요즘, 그 무게는 더 무거워지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확산에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전염률이 높지 않다는 잘못된 판단으로 전 세계인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만 했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도움만 받는 국가가 아니다. 늑장 대응으로 ‘기본도 못 갖췄다’는 비난을 받을 단계가 아니란 얘기다. 갑작스러운 재해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지금, 정부는 ‘재난 수원국’이 아닌 ‘재난 공여국’ 역할을 해야 할 때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