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최근 화학적 거세에 대한 공개변론을 실시한 후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화학적 거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우선 유럽 대부분 국가는 물리적·화학적 거세를 법으로 정해 시행하고 있다. 다만, 폴란드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은 당사자의 동의와 심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약물 투여를 결정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사자 동의 없이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덴마크는 지난 1929년 외과적 거세를 합법화한 최초의 국가다. 이후 외과적 거세가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를 폐지하고 1973년 화학적 거세를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당사자가 성적 본능으로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또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화학적 거세를 신청할 때 약물을 투여하고 있다.
독일은 나치 시절인 1933년부터 성범죄자에 대한 강제적 거세를 실시했지만,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5년 이를 전격 폐지했다. 이후 1970년 남성호르몬으로 정신장애가 있거나 살인, 상해, 성범죄 등의 범죄가 예상되는 사람에 대해 외과적 거세의 요건과 절차를 규정한 ‘거세법’을 시행했다.
다만, 이 경우 본인의 동의와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하며, 요건과 절차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가 거세를 시행할 경우 상해죄로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체코는 1966년 거세법을 제정한 이후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본인의 자발적 요청이 있더라도 법률가와 불임 전문의사, 거세시술을 하지 않는 의료진 등 5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specialists’ committee)’의 동의가 있어야만 약물 투여가 가능하다.
폴란드는 2010년 9월 15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범 또는 친족 간의 성폭행범에 대해 ‘강제적’ 화학적 거세를 규정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어린이들에 대한 성범죄자들에 대해 ‘화학적 거세’ 등 강력한 처벌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수년 새 자카르타와 수카부미 등에서 잇따라 어린이 성범죄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초 수카부미에서는 11세 남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20대 남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해 어린이가 10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