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수출 462억달러…작년 같은 달보다 8.1%↓…수입은 17.8%↓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경제를 그나마 지탱해줬던 수출이 폭삭 주저앉았다. 지난달 수출은 8.1%나 줄며 올해 들어 4개월연속 내리막을 탔다. 이렇게 되면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이후 최장기 감소세를 기록하게 된다.
우리 경제의 최대 성장동력인 수출이 감소 행진을 거듭하면서 3년 연속 이어온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하지 못하는 등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수출 부진이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자 지난달 중순 마케팅 활동과 무역보험 지원에 역점을 둔 단기 수출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근본 원인인 저유가 대책이 빠져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어 당분간 한국 경제는‘수출 쇼크’의 부작용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62억18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1%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 들어, 또 2013년 2월(-8.6%) 이후 2년 2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직전 달인 지난 3월에 비해서도 2배 가까이 감소폭이 확대됐다. 넉달 연속 연속 수출 증가율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1월 전년 동월 대비 0.9% 감소했으며, 2월 3.3%, 3월엔 4.2% 줄어들며 부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은 경기회복도 지연되고 있어 앞으로 수출 전망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연율기준 0.2%로 지난해 1분기(-2.1%)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수출 부진은 국제유가 하락과 세계교역 증가율 둔화 등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월 배럴당 104.6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57.7달러로 44.8%나 급감했다. 유가하락으로 수출에서 비중이 큰 석유화학 및 석유 제품의 수출액이 크게 줄면서 전체 수출 감소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석유제품·석유화학의 단가(유가)가 각각 42.9%, 13.8% 하락한데다 주요 생산시설 정기보수로 물량이 줄면서 전년대비 27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여기에 자동차(-8.0%), 선박(-7.9%), 무선통신기기 및 철강(각각 -5.2%) 등 주력 품목이 수출이 크게 준 것도 올 들어 최대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3월 6.3% 늘어났던 수출 물량은 4월 0.8% 줄며 감소세로 전환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생산시설 정기보수로 인해 물량이 소폭 줄었지만 석유제품·석유화학을 제외할 경우 1.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세계교역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중동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으로의 수출이 감소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이후 호조세를 보였던 대(對)美 수출이 최근 미국성장률 둔화로 3월 17% 증가에서 지난달 2.7% 감소로 돌아섰다. 대중 수출 도 같은 기간 증감율이 -2.4%에서 -5.2%로 감소폭이 두배 이상 확대됐다. 또 엔화가치 하락이 심화되고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ㆍ유럽 등 주력 수출시장과 자동차ㆍ일반기계 등 주요 수출 품목에서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4월 수입액은 377억3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7.8% 줄었다. 수입액은 작년 10월부터 7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 역시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수입단가 하락을 수입액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수출액이 감소했으나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월간 사상 최대치인 84억8800만 달러를 기록하고 2012년 2월 이후 39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했다. 하지만 이는 수입 급감에 따른 ‘불황형 흑자’로 읽힌다.
산업부는 다만 6월 이후 조업일수 증가(+2.5일), 신차 효과로 인한 자동차 수출 증가, 석유제품·석유화학 정기보수종료 등으로 수출이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내놓은 마케팅 지원 대책 중심의‘최근 수출부진 타개를 위한 단기 수출 활성화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최근 시장상황 및 환율여건 등에 따른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력을 면밀히 점검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