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딜레마에 빠진 한국은행, 금리 인하에도 소비 안 살아나”

입력 2015-04-0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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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 진단…“경기 살리고자 금리 내리면 노인 지갑 닫혀”

▲한국 가계소득 대비 지출 비율 (세금과 연금 제외). 출처 블룸버그

국내의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에도 노인들의 소비가 늘어나지 않아 한국은행이 위기에 직면했다고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진단했다.

일반적인 경제상식과 달리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낮췄지만 노인들의 소비와 투자 또는 대출을 촉진하는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한국에서 760만명이 현재 60세 이상의 고령층에 속한다. 금리인하로 이들 노령층이 보유한 예금금리가 낮아지면서 소비에 부담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엔지니어 출신의 은퇴자인 조 모씨(64)는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하라고 하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예금을 선호한다”며 “저금리 시대를 준비할 필요를 느낀다. 외식을 할 때나 무엇인가를 살 때 두 번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해 현재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1.75%다. 그러나 가계 저축률은 지난해 10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고 소비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거듭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성태 연구위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인구학적 변화는 금리인하가 소비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핵심이유 중 하나”라며 “기대수명은 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저금리라도 덜 저축하고 더 많이 소비할 인센티브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런 딜레마를 잘 알고 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이 총재가 기자들에게 한국 경제회복에 가장 큰 장애물로 수출 문제보다는 약한 내수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직원들에게 빠른 고령화가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바꾸는 구조적인 요소 중 하나임을 밝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한국은 오는 2040년에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13%에서 32%로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종규 선임연구원은 “인구 고령화로 노동가능인구가 줄고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총소득도 과거보다 줄어들게 된다”며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소비를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정책적 노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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