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로 실효성 확보해야”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 제시했지만 정피아, 관피아 인사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삼성 등 재벌계열 금융사들이 예외 조항을 빌미로 모범규준에 벗어나는 인사를 지속하고 있어 법제화를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시행한 사외이사의 다양성과 전문성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는 최고경영자(CEO)의 자격을 '금융의 목표와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정부나 금융지주사, 재벌그룹 등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갖추지 못한 CEO를 '낙하산'식으로 내려보내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그러나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계열 금융사는 최근 내놓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서 별도의 예외 규정을 뒀다.
이들은 모범규준 32조를 받아들였지만 곧바로 '다만 이사회가 최고경영자로서의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갖췄다고 인정할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덧붙였다.
금융 경험이나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CEO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CEO의 자격을 금융 전문인으로 제한한 32조 규정을 무력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치권, 관료들의 사외이사 낙하산도 여전하다. 최근 우리은행은 신규 사외이사 4명중 3명이 정치권과 관련이 있다. 또 지난달 농협금융지주는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김준규 전 검찰총장, 손상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과 합쳐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관료, 금융당국 출신이다.
동부화재는 전 관세청장, 재무부 차관, 보험감독원장을 지낸 이수휴씨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이씨는 감사위원(사외이사)으로 내정됐다.
한화손해보험은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롯데손해보험은 이광범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금융개혁에 앞서 지배구조 선진화 제도의 실효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