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9조 엔으로 9년 만에 기록 깨…엔저 속에서도 신성장동력 찾아 해외로 눈 돌려
일본 기업들이 왕성한 해외 인수ㆍ합병(M&A) 욕구를 보이고 있다.
일본 기업의 해외 M&A 규모가 지난 1분기에 약 3조9000억 엔(약 36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9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은 물론 내수형 기업도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M&A 전문 컨설팅업체 레코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일본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3조8842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급증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2006년 1분기의 3조7649억 엔을 9년 만에 깬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에 7조4517억 엔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2008년의 7조2893억 엔을 6년 만에 넘어서는 등 해외 M&A 열기는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캐논은 지난달 세계 최대 CCTV 카메라 업체인 스웨덴 엑시스커뮤니케이션을 3300억 엔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이는 캐논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스마트폰의 대두로 주력 사업인 디지털 카메라 판매가 주춤하자 CCTV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리튬이온전지용 절연재 제조업체인 아사히카세이는 약 2600억 엔에 경쟁사인 미국 폴리포르를 인수했다. 그동안 소홀히 했던 자동차용 절연재 부문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다.
이토추상사는 태국 최대 기업인 CP그룹과 손잡고 중국 메이저 국영기업 중 하나인 중신그룹에 1조 엔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중국과 신흥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엔저는 엔화로 표시되는 인수 금액을 올려 본래 해외 M&A에 역풍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런 재정적 부담에도 인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둔 기업이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내수기업들이 해외 M&A에 적극적인 것도 최근 추세 중 하나다. 일본의 대표적 내수기업인 일본우정그룹은 6200억 엔을 투자해 호주 물류기업 톨홀딩스를 인수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인구 감소와 인터넷 보급으로 일본 우편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해외 물류사업 진출이라는 활로를 개척하려 한 것이다.
풍부한 기업 유보금이 이런 움직임을 지원하고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일본 상장기업 유보금은 현재 98조 엔 이상으로 사상 최대치에 근접해 있다. 일본 상장기업 지분의 약 30%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잉여자금이 많은 기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주주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M&A를 통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