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총외채 중 만기 1년 이하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7.1%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해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더라도 버틸 수 있는 능력이 양호하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외채무 잔액은 4254억달러로 전년 말에 비해 19억달러 증가했다. 이중 장기외채는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투자 채권 평가액 감소 등으로 16억달러 줄어든 3102억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단기외채는 1153억달러로 같은 기간 35억달러 늘었다. 작년 상반기중 외은지점을 중심으로 단기차입이 확대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대외채무 중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1%로, 전년 말에 비해 0.7%포인트 상승했다.
단기외채 비중은 경상수지·외환보유액과 함께 국가의 대외지급능력을 측정하는 3대 지표로 꼽힌다. 만기 1년 미만의 회사채, 차입금 등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으로 구분된다.
단기외채 비중 추이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9월 말에 51.9%에 달하다가 2013년에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졌고, 2년 연속 20%대를 수준을 유지했다. 즉 단기외채 비중이 작년 소폭 상승했으나 과거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정도라는 분석이다.
◇외채에 대한 단기 지급능력 6년래 최고 수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1년새 32.3%에서 31.7%로 낮아졌다. 이는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즉 이는 단기적인 지급능력이 6년내 가장 높다는 의미다.
지난해 대외채권 잔액은 6789억달러로 전년말에 비해 700억달러 늘었다.
이로써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말보다 681억달러 늘어난 2535억달러였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대외채무에 비해 대외채권이 더 빠르게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2014년말 외채 동향 및 평가’ 자료를 통해 “지난해 총외채가 소폭 증가했지만, 외채 건전성과 지급 능력 지표는 양호한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외화자금시장 및 외국인 증권투자 등을 중심으로 외채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외환건전성부담금 제도 개편 등 기발표한 대외건전성 제고조치들을 차질없이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순대외자산국 사상 첫 진입 =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1조802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1127억달러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9983억달러로 64억달러 축소됐다.
이에 따라 내국인의 대외투자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뺀 순국제투자 잔액은 819억달로 지난해 말에 비해 1191억달러 증가했다.
1994년 말 통계편제 이후 연도말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대외자산이 대외부채를 상회하는 ‘순대외자산국’이 된 것이다. 순국제투자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사상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이 ‘순대외자산국’이 된 요인으로는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한국인들이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순국제투자잔액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독일(1조7918억달러), 일본(3조1435억달러)보다는 적고, 미국(-6조1579억달러), 프랑스(-4408억달러)보다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