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나스닥 5000 시대’회자, 전문가 “증시상승 지속전망, 학습효과로 버블우려 크지 않아”
유럽경제 둔화, 그리스 위기, 저유가 ‘삼재(三災)’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주식시장이 오히려 활황세를 보이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는 만큼 일부 투자자들은 ‘증시 거품론’을 언급하며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미국과 유럽증시는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상승했다.
당일 미국 증시를 살펴보면 다우지수(0.85%↑, 1만8140.44 마감)는 올해 첫 최고가를 기록했고, S&P500 지수(0.61%↑, 2110.30 마감)도 종가기준으로 이달 17일에 기록했던 고점 2100.34를 뛰어 넘었다. 나스닥 지수(0.63%↑, 4955.97)도 5000선을 코앞에 두고 거래를 마쳤다. 특히 ‘나스닥 5000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지난 2000년 버블닷컴이 회자되며 당시와 비교하는 분석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장을 마감한 유럽증시 역시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그리스 이슈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증시 상승을 부추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0.73%↑, 1만1130.92 마감)는 특히 장중 한때 1만1150선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랑스 파리증시 CAC40지수(0.65%↑, 4862.30 마감) 역시 상승 기조를 유지했다. 영국 런던증시 FTSE100지수(0.04%↓, 6912.16 마감)만 약보합세를 보였다. 같은 날 오후 아시아 시장에서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지수(0.81%↑, 1만8481.19 마감)는 장중 한때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스 이슈를 포함해 각종 재료가 혼재된 만큼 투자자들은 증시 활황세가 15년 전 버블사태처럼 한 순간에 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세계 증시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할 필요 없다는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리스크는 꾸준히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은 일맥상통했다.
미국의 증권전문방송인 CNBC 매드 머니(Mad Money)의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새로운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는 여론에 휩쓸리지 말라고 충고했다.
크레이머는 “증시 활황세가 투자자들의 투자 커리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점을 얘기하고 싶다”면서 최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증시 분위기가 전혀 새로운 움직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15년 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지 않은 만큼, 증시가 현재보다 더 오른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 한 마디로 과거처럼 거품이 한순간에 꺼질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크레이머는 “최근 미 증시의 평균 PER은 18배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의 PER은 15배 수준인 반면, 15년 전 버블 당시 시스코의 PER은 무려 80배에 달했다”면서 “길리어드, 암젠, 셀진 등이 나스닥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그들의 가치는 (과거 버블사태 때처럼) 고평가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JK마켓 인사이트의 제임스 코스토리츠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해 증시 상승세가 지난 2009년 기록을 제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다만 코스토리츠는 “달러 강세,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 유가 약세 등을 투자자들은 항상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