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수 기재위원장 “더는 존재이유 없어”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한국투자공사(KIC)를 폐지해 한국은행이 흡수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KIC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을 수탁·운용하는 국부펀드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정희수 기재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여야 간사를 만나 KIC 폐지 법안 추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정 위원장은 “10년 전 KIC를 만들 때는 국민연금 등 다른 연기금도 운용하려고 했는데, 결국 외환보유액만 운용하게 됐다”며 “외환보유액 운용에 굳이 독립 기관까지 두면서 인건비와 운영비를 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야당의 사퇴 요구를 안홍철 KIC 사장이 거부하면서 KIC에 대한 국정감사와 기관보고가 파행하는 점을 언급하면서 KIC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기재위 야당 측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KIC 폐지 법률안을 2월 임시국회 중 발의할 예정이다. 윤 의원은 여야 공동 발의로 4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5년 국회를 통과한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2006년부터 외화자산을 KIC에 위탁해 오고 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720억달러(약 76조원)의 외환보유액을 주식·채권 등에 투자했다. 그러나 KIC는 2013년 수익률이 미국, 중국, 캐나다 등 주요 7개국 국부펀드·연기금 가운데 6위에 그치는 등 실적이 기대 이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국부펀드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맞지 않고, 글로벌 경제 상황이 직접투자에 부적절한 환경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KIC가 20억달러를 투자한 미국의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반 토막 났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메릴린치 투자 지분에 대한 KIC의 손실액은 7억2000만달러, 누적 수익률은 -35.82%다.
기재위에서 ‘KIC 폐지론’을 들고 나온 것은 야당이 지속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데도 안 사장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데 대한 압박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 사장은 지난 2013년 12월 취임 전 트위터 등을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 안철수 무소속 의원 등을 비난해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이 때문에 야당이 안 사장을 KIC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국감부터 KIC의 국회 기관보고가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등 파행을 빚어왔다.
KIC 관계자는 한은으로 통폐합돼야 한다는 주장에 "한은은 수익성보다 안정성과 유동성을 중시하는데, 이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며 "국부펀드가 공기업 지분까지 보유하는 나라도 있어 어떤 형태가 정답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