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 산업부 차장
2015년인 지금 ‘북유럽 감성(?)’의 연필 하나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이케아 광명점에서 개장 50여일 만에 무료로 제공되던 몽당 연필이 모두 없어진 후 인터넷 중고 매매 사이트에는 한 자루에 3000원에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전 세계 이케아 매장에 연필이 없어지는 건 한국뿐이다”, “나라 망신”이라며 성숙한 고객 의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케아측은 기념품으로 가져가도 된다면서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푸드 코트엔 한국어로 낯부끄러운 글이 쓰여 있다. ‘양파는 핫도그 구매시에만 이용 가능합니다. 포장하거나 남겨서 버리지 마세요’라는 내용이다. 코스트코 직원이 양파소스 코너에서 주의를 줘도 비닐봉투에 마구 담거나, 아예 플라스틱 통을 갖고와 담아가는 사람을 봤다는 목격담은 비일비재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할인점 시식코너를 돌며 싹쓸이하는 가족들, 증정품이 달려 있는 제품을 산 후 증정품만 떼어내고 반품하는 고객도 부지기수다. 증정품도 같이 반품해야 한다고 하면 원래 없었다며 오리발을 내밀기도 한다.
국제시장의 장면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면 이케아 등에서 벌어진 일은 공짜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례로 열거된다. 성숙된 고객 의식이 아쉽다면서 이른바 ‘진상 고객’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공짜를 좋아하거나 지나치게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건 사회적 불안이 심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특정 권력이나 거대 기업들이 엄청난 부를 누린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을 경우 공짜 심리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자기만 손해본다는 의식이 강해질수록 공짜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해지고,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직원들에게 퍼붓는 식의 행동이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도를 넘는 건 문제가 되지만, 그렇다고 공짜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을 무조건 손가락질을 할 필요는 없다. 기업들은 공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결국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2년 쓸 양의 연필을 50일 동안 사용했다고 해서 ‘망신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얼마 전 한 네티즌은 한국 소비자 모두를 연필거지로 몰아가는 게 못마땅했는지 이케아 연필로 인디언 머리 장식을 한 미국인 사진을 올렸다. 족히 수백자루가 넘는 양이었다. 이케아 연필을 집어오는 건 만국 공통이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더 성숙한 자세를 갖추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기비하가 섞인 과잉 반응은 불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