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산업부 기자
글쓴이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그 내용을 온전히 옮기지는 못하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대학 졸업하고 19년간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했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정리해고다. 안 나가면 왕따가 된다더라. 회사가 어려워진 것은 경영진의 책임인데 왜 내가 나가야 하나. 딸이 중학생인데. 담뱃값이 올랐지만 하루에 두 갑씩 핀다. 치킨집은 아무나 하나.”
마우스 스크롤을 끌어내려 가던 중 굴렁쇠를 멈추게 한 것은 담뱃값이었다. 담뱃값은 올해부터 2000원이 올랐다. 글쓴이는 삼 일에 한 갑을 피웠지만 “희망퇴직하셔야 할 것 같다”는 말은 들은 뒤로는 하루에 두 갑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는다고 했다.
월 기준으로 보면 그가 담배를 사는 데 지출하는 돈은 지난해 2만5000원(갑당 2500원)에서 올해(갑당 4500원)는 27만원으로 10.8배 늘었다. 자연스레 간접세도 늘었다. 지난해에는 월 1만5500원(갑당 1550원)의 담뱃세를 냈지만 올해는 월 19만9080원(갑당 3318원)을 지출하고 있다.
그가 회사에서 버틸 수 있을지, 아니면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나갈지는 아직 모른다. 최종 결정은 1월 30일에 있다고 했으니 아직 하루가 남았다. 전화해볼까 했지만, 괜히 상처만 건드리게 아닐까 싶어 그만뒀다. 그러나 기댈 곳이 없고 상급 관리자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관리직 특성상 회사를 나갈 이는 열에 일고여덟은 될 것이란 게 개인적인 추측이다.
회사를 나간다면 그는 무엇을 대면하게 될까. 우선 13월의 세금을 내야 한다. 연봉이 5500만원을 넘으면 월급에 견주는 세금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니, 30개월분 퇴직금은 1개월치부터 까고 들어간다. 직장에서 쫓겨난(?) 설움과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그에게 정부는 세금부터 받는다.
그에게 ‘세(稅)’와 ‘직장’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둘 다 꼼수라는 것이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등 명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대개 이를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정리해고스러운’ 희망퇴직을 택하는 곳이 많다. 세는 어떤가. ‘증세는 없다’는 호언은 까무룩하고 직접세가 아닌 간접세를 택했다. 근로소득세액공제는 스리슬쩍 생선꼬리만 남겨놨다.
그가 담뱃세와 직장을 한없이 바라봐야 한다는 것도 공통분모다. 그의 앞에 있을 굴곡을 생각하면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라보고 태우게 될 터다. 20대의 아련한 추억이, 딸이 짊어진 책가방이, 휴대폰에 남아 있는 옛 회사 동료의 전화번호가 눈에 밟힐 것이다. 옛 직장을 다시는 바라보고 싶지 않아도 어느샌가 회사 홈페이지를 뒤적이고 있을지 모른다. 알아채지 못하게 새겨진 기억은 그래서, 그래서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