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가 ‘복고’에 푹 빠졌다. 올해 초 흥행작들과 기대작들이 하나 같이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하며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50년대 흥남철수, 60~70년대 파독광부와 70년대 강남땅과 쎄시봉 등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27일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강남 1970’은 70년대 서울,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땅을 둘러싼 욕망을 그린다. 지난 21일 개봉한 지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70년대 강남땅을 둘러싼 이권다툼 속에서 가진 것 없이 권력에 소비되어가는 젊은 청춘의 자화상을 그렸다. 유하 감독은 “‘강남 1970’은 현실에 은유로서 70년대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단순히 과거 추억 찾기나 향수하는 이런 영화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복고 열풍의 시초는 올해 첫 1000만 영화로 등극한 ‘국제시장’이다. 지난 13일 개봉 28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영화 11번째 ‘1000만 클럽’에 이름을 올린 ‘국제시장’은 50~70년대 근현대사를 그대로 재현해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며 사랑 받았다. 실제 CGV 리서치센터가 ‘국제시장’의 관객을 분석한 결과 구매연령대는 20대 30.2%, 30대 27.7%, 40대 28.2%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김상호 영화평론가는 “시대상을 그대로 재현한 복고가 전 세대 관객층과의 소통에 성공했다. ‘국제시장’의 성공은 향후 복고 전성시대의 가속화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오는 2월 5일 극장가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영화 ‘쎄시봉’은 극장가 복고 트렌드를 이어갈 대표적인 작품이다. 70년대, 젊음의 거리 무교동을 주름잡던 음악 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 당대 최고의 가수들을 재현한다.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은 “시나리오를 떠올린 건 쎄시봉 주역들이 ‘놀러와’에 출연해 화제가 된 4년 전이다”며 제2의 쎄시봉 열풍을 예고했다. 채경화 의상실장은 “영화 속에 포크 음악의 전설로 남은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캐릭터의 의상은 당시 사진을 참고해 각자 특징을 살려 싱크로율을 맞추려고 노력했다”며 “미니스커트, 쇼트 팬츠, 청바지 등 60~70년대 무교동 길거리를 활보했던 젊은이들의 패션 스타일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구제 샘플과 해외에서 공수해온 패션 서적 등을 참고해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복고를 드러낸 영화들이 올 한해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50~60년대 미국을 충실히 재현해내며 볼거리를 더한 ‘빅 아이즈’와 ‘도둑들’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그린 영화 ‘암살’, 1953년 6.25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한 ‘서부전선’ 등 기대작들이 ‘복고’신드롬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