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외부수혈 …김중수 전임 총재 발탁 인사 여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신임 조사국장에 장민(51)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을 내정했다. 차기 조사국장으로 내부에 마땅한 인물이 없어서 고민에 빠졌던 이 총재가 6년 전 한은 떠났던 장 실장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사실상 ‘외부수혈’인 셈이다.
28일 한은에 따르면 장 신임 국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1984학번으로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4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한은에 재직하는 동안에는 조사국에서 경제전망을 총괄하고 정책기획국에서 통화정책 관련 분석업무를 수행하는 등 경제전망과 정책 현안 폭넓게 경험했다.
장 실장은 금융연에서도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과 연구조정실장을 거치면서 국내외 거시경제여건 분석 및 한국경제 전망 업무를 주관했다. 또 연구원의 연구계획 수립 등 연구행정업무를 수행하는 등 연구능력과 함께 정무적 역량도 인정 받았다.
◇ 순혈주의가 강한 한은에 왜 반쪽(?) 한은맨 임명된 것일까 = 한은 조사국장은 성장률 전망 등 한은의 경제시계를 총괄함에 따라 국실장 중 핵심 중 핵심으로 분류된다. 순혈주의가 강한 한은은 역대 본부 국·실장(1~2급)이 모두 정기공채 출신인 것은 물론 조사국장 자리는 특히나 내부 ‘성골’중에서 손꼽히는 똑똑한 인재가 임명된다. 한은이 설립된 이래 조사국이라는 부서 명칭이 바뀐 적이 없는 만큼 한은의 역사가 조사국의 역사라고까지 한은 사람들은 말하기도 한다.
이 총재가 굳이 한은을 나간 장 실장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한은 내부에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중수 전 한은 총재가 젊은 신운 현 조사국장(1989년 입행)을 2012년 2월 전격적으로 발탁해 현재 내부에서는 조사국장으로 올릴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한은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경제전망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자칫 내부 출신에 한정해 능력이 부족한 인물을 임명한다면 한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번 인사가 발표되기 전까지 한은 내부에서는 차기 조사국장에 대한 인물부재론과 궁금증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은 이런 맥락이다.
또 이 총재가 장 실장을 특별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가 작년 4월 취임한 후 두 번째로 한은에서 개최한 경제동향간담회에 장 실장을 참석자로 초청하기도 했다.
◇“한은 우리경제의 맏형 돼야” = 장 실장은 한은을 떠난 뒤에도 한은 소식지에 중앙은행맨 출신으로서의 고민을 토로하며 한은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특히 2014년 5월에는 한은 사내 잡지인 ‘한은소식’에 ‘밖에서 본 한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중앙은행이 더 이상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경제를 조정하는 비밀의 사원이 될 수 없다. 문을 열고 나와 금융, 재정, 노동, 복지 등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한은의 예리한 분석과 견해를 정부와 시장, 언론에 주고 또 가슴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조언도 듣는 우리 경제의 맏형이 돼야 한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장 실장은 채용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오는 3월 초부터 조사국장 업무를 할 예정이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한편 현 신운 조사국장은 국방대학원에 파견됐다. 김민호 전(前) 국장이 부총재보로 임명되면서 공석이 된 신임 국제국장에는 홍승제 전 국제협력실장이 선임됐다. 신임 경제통계국장에는 전승철 전 금융통화위원회 실장이 임명됐다. 윤면식 통화정책국장, 허진호 금융시장국장, 조정환 금융안정국장은 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