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제는 심리’… 국내 투자가 절실하다

입력 2015-01-0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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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산업부장

을미년 새해가 밝은 지도 십여일이 지난 지금,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부산하다.

2015년 조직개편을 마친 상당수 그룹들은 계열사별로 세부 계획 조정과 신조직 가동 준비를 진행 중이며, 나머지 그룹들도 최종안을 수립하고 하나, 둘 시행에 나서고 있다. CJ 등 총수 부재 사태를 겪고 있는 그룹들의 경우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 시기가 늦어지고 있지만, 역시 늦어도 3월 중에는 올해를 위한 몸 만들기에 돌입할 계획이다.

더불어 이들은 올 한해는 물론 향후 몇 년을 위한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최종 검토에 들어갔다. 시장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도 역시 투자다. 기업의 투자계획은 한해의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들이 과도하게 돈을 쌓아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돈이 돌지 않는다”라고 언급한 것도 기업들의 투자가 경기를 움직이는 만큼, 투자가 더 확대돼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재계는 3월이 넘도록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바 있다.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앙이 아직 가라앉지 않는 등 불투명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은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다. 연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5731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무역 흑자규모도 474억 달러로 사상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수출과 수입액을 모두 합한 무역 규모도 4년 연속 1조 달러를 넘어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수출과 무역흑자, 그리고 무역 규모까지 모두 신기록을 세우는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이다.

반대로 내수는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지난해 4월 250여명의 학생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슬퍼한 것은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은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활동을 일시 중단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또 일부 기업들의 갑질 횡포 논란이 줄곧 이어지고, 이는 다시 불매운동 등 반기업 정서로 연결되면서 한 번 움츠러든 내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합니다.”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투자의 중요성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기업들의 투자가 한국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심리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과연 어디에 투자하느냐’다. 투자의 방향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갈리며, 더 나아가 한국경제의 미래도 바뀐다. 이와 관련,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발표한 3개년 투자계획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화답이라도 하듯 하루 뒤인 6일 재계 2위 현대자동차는 향후 3년간 8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대담한 계획을 발표했다. 설비 증설과 일자리 창출,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돈은 연평균 20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4조9000억원보다 35% 이상 늘어난 금액이며 올해 우리나라 정부의 전체 R&D 예산(18조9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다.

무엇보다 전체 투자액의 76%에 달하는 61조2000억원을 국내에 투입하는 것이 고무적이다. 이는 총 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새롭게 만드는 부가적 효과까지 가져올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이같은 대규모 내수 투자는 경기 활성화에 톡톡히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 지난 몇 년간 기업들의 투자는 국내보다는 해외에 집중됐다. 그 결과, 현재 한국 내수 경기 사정은 어떻게 됐는가. 지난 한해 동안 정부는 금리동결, 부동산 경기 부양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결국 지난해 12월 소비심리는 1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위기 상황이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그룹들이 올해 투자계획을 선뜻 결정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통 큰 내수 투자가 재계 전체로 확산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소비가 살아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선순환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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