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 3세들 코스닥 입성 '러시'

입력 2006-11-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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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효성 등…이름만 듣고 투자하면 낭패 볼수도

'벤처사업가들의 무대'인 코스닥시장에 재벌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직접 지분을 인수하거나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을 통해 시장에 입성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전문가들은 이들의 ‘이름값’만 보고 무작정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화려한 브랜드이미지에만 현혹되지 말고 시너지 효과나 기업내용을 꼼꼼히 살피라는 조언이다.

미디어솔루션은 지난 2일 장외시장에 속한 여행사인 범한여행사과 합병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회계법인과 외부평가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 추진은 LG그룹 3세인 구본호씨의 지분 투자에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특히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구씨는 지난달 13일 미디어솔루션의 최대주주로부터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했다.

구씨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 구정회씨의 손자이며, 합병 대상업체인 범한여행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범한판토스의 2대주주(46%)다. 범한판토스의 1대주주는 구씨의 어머니인 조금숙씨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이번 합병 추진이 사실상 범한여행의 우회상장 형태가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부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코스닥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코스닥기업 미디어코프(옛 영진닷컴)는 지난 8월 텔레서비스란 회사에 제3자배정 방식으로 110만2941주를 유상증자했다. 텔레서비스는 조 부회장이 지분 50%를 가지고 있는 효성그룹 계열사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도 요즘 코스닥시장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홍 회장은 최근 에스엔씨가 발행한 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특히 에스엔씨에는 홍 회장의 자녀들도 지분 19.59%를 가지고 있다.

홍 회장은 또 지난 2000년 2월 장외 로봇제조업체인 마이크로로봇에 투자한 뒤, 이 회사가 코스닥상장사인 해외무역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과정에서 121만5000주(6.85%)의 합병신주를 받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 2001년 엔터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이후 주식으로 바꿔 현재 11만주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사외이사 형식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사례도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지난달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한 구본천 LG벤처투자 사장이 대표적이다. 구 사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넷째 아들인 구자두 LG벤처투자 회장의 장남이며, 구본무 LG그룹 회장과는 4촌간이다.

한편, 재벌들이 직접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한 코스닥기업의 경우 해당 사실이 주식시장에 알려진 이후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면서 코스닥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추격매수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재벌들의 코스닥 입성이 단기적인 주가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시너지효과 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값'만 믿고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디어솔루션의 경우 구본호씨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돌연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하면서 뒷북을 친 개미들이 낭패를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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