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등급 ‘경영정상화’ D등급 ‘퇴출’…채권은행 과감한 실행여부 미지수
올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중소기업이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장기 불황 여파에 건설과 조선분야 중소기업의 체력은 현저히 떨어졌고, 골프장 등 레저업종 역시 저성장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초 은행을 지렛대로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빼든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힌 중소기업은 신용등급 C와 D에 해당하는 120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살릴 수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부실 확대와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기업의 협력사와 건설 및 조선분야의 협력, 하청업체들이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해당 중소기업에게 돈을 많이 빌려준 주채권은행이다. 은행권은 지난 7월부터 신용위험 세부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중소기업 1000여 곳을 대상으로 재무구조 등 신용위험 평가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채권은행은 해당 중소기업에 대해 A~D등급으로 재분류하고, C·D등급을 받은 중소기업의 경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난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C등급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은 채권단과 워크아웃 약정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다. D등급은 채권단 지원을 받지 못해 자율적으로 정상화 추진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된다.
문제는 부실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은행들이 120여개에 달하는 퇴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문 인력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추진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가령 즉시 퇴출을 의미하는 D등급의 경우 사실상 부실 전액을 채권은행이 떠 안아야 한다. 이에 은행 입장에선 가능한 한 신용등급을 한단계 올려 요주의인 C등급으로 분류하는 등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이 현실적이다.
결국 구조조정이 금융당국과 은행간의 줄다리기로 변질돼 구조조정의 본질적인 의미를 퇴색하게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연말께 은행들의 기업 구조조정 실행 계획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지만 기업회생과 채권회수 증대를 꾀하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