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업계 ‘사실상 중앙은행’⋯지원 약속 최대 2300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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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보증ㆍ약정만 1645억달러
코어위브에 83억달러 투자ㆍ구매 보장
고객사 자금난에 반도체 수요까지 위협
AI 신용경색 땐 엔비디아도 위험 전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월 1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셔먼에서 열린 코히이런트 제조시설 증설 기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셔먼(미국)/AP연합뉴스)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AI 산업의 자금줄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 막대한 빚을 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기업들에 직접 투자하고 임대료를 보증하거나 팔리지 않은 연산능력까지 구매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생태계 유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다. AI 투자 열풍을 떠받치는 안전판으로 부상했지만 관련 기업들의 부실이 현실화하면 엔비디아 역시 막대한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가 AI 생태계의 사실상 ‘중앙은행’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공급자를 넘어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뒷받침하는 최종 안전판 역할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신규 데이터센터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한 보증과 각종 약정 규모는 최대 1645억달러(약 218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소프트뱅크 자회사 SB에너지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개발 중인 데이터센터에 대한 임대 보증이다. 오픈AI가 임차할 예정인 이 시설에 대한 보증 규모만 최대 1050억달러로 전체의 약 64%에 이른다.

이 밖에도 클라우드 기업의 미판매 연산용량 구매 약정 360억달러, 엔비디아가 직접 체결한 데이터센터 임대 약정 200억달러, 클라우드 기업의 임대료 지급 보증 35억달러 등이 포함됐다. 별도로 네오클라우드(AI 전문 클라우드) 기업에 직접 투자했거나 투자하기로 한 금액도 70억달러에 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보다 넓은 범위의 AI 생태계에 대한 엔비디아의 지원 약속을 최대 2300억달러로 추산했다.

대표적인 지원 사례는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에 20억달러를 지분 투자하고 2032년까지 판매되지 않은 연산능력 최대 63억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총 83억달러 규모의 투자·구매 보장으로 코어위브의 사업 위험을 줄여준 셈이다.

코어위브와 같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은 대규모 차입으로 엔비디아 반도체를 확보하고 데이터센터를 건설한 뒤 AI 개발사에 연산능력을 빌려준다. 문제는 일부 기업이 5년 만기 대출로 시설을 건설하면서 고객과는 3년짜리 계약을 맺는 등 차입금 상환 기간과 고객 계약 기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약이 갱신되지 않으면 막대한 상환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구매 보장은 이런 위험을 완화한다. 기존 고객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더라도 엔비디아가 남는 연산능력을 사들이기 때문에 대출기관으로서는 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엔비디아가 고객사에 반도체를 판매하면서 동시에 이들의 사업을 보증하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경계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 코어위브의 회사채 수익률은 15%를 웃돌았고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아이렌 등의 주가도 급락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호주 네오클라우드 기업 퍼머스는 투자수요 부진으로 약 50억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엔비디아는 퍼머스에 수억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방안까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가 고객사 지원을 쉽게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네오클라우드와 비(非)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은 최근 분기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 890억달러 가운데 약 45%인 400억달러를 차지했다.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반면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신흥 고객사들의 자금난이 심화하면 엔비디아는 반도체 판매 감소와 보증 의무 이행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로이터는 실제 중앙은행과 달리 엔비디아는 위기 상황에서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I 투자 열풍을 떠받치는 엔비디아의 막대한 자금력이 향후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지, 부채 위험을 떠안는 부담으로 돌아올지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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