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방관이 빨대입니까"…오산소방서장 출신 윤성근 전 도의원, 도청 앞에 섰다

기사 듣기
00:00 / 00:00

윤성근 '국가직 전환 모순이면 국비확대 요구가 도지사 책무'…같은날 부천 화재 부상 소방관 6명

'대한민국 소방관이 빨대입니까?'

1989년 소방관이 돼 2021년 오산소방서장으로 제복을 벗기까지 33년 가까이 현장을 지킨 윤성근 전 경기도의원이 16일 이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경기도청 앞에 섰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재정 빨대' 발언에 대한 항의다. 그가 피켓을 든 날 오전, 부천의 공장 화재현장에서는 후배 소방관 6명이 다쳤다.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의원은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경기도청과 수원소방서 이의119안전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문구와 함께 추 지사의 발언을 풍자한 그림이 담겼다. 윤 전 의원은 "추 지사 '소방재정 빨대' 망언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 헌신을 모독하지 말라"고 밝혔다.

▲윤성근 전 경기도의원이 16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앞에서 '대한민국 소방관이 빨대입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건비는 소비성 지출 아닌 필수 비용'

윤 전 의원은 소방 예산을 비용으로 보는 시각을 문제 삼았다. 그는 "소방은 목숨을 걸고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119구급대를 운영하고 있다"며 "소방 인건비와 사업비는 단순한 소비성 지출이 아니라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재정 부담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지방재정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는 제도적 모순이 문제라면, 도지사로서 국비 지원 비중을 확대하도록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책무"라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이 구조를 의정 현장에서 직접 다뤄왔다. 그는 도의원 시절이던 2023년 한 인터뷰에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의 예산 90%는 도비로 진행되기 때문에 도의원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화살은 추 지사의 이력으로도 향했다. 그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 이뤄진 2020년 당시 추 지사는 법무부 장관이었다"며 “(그런데도) 제도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은커녕 책임을 소방조직에 전가해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쳐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을 '재정빨대'라고 폄훼하고 예산을 잡아먹는다고 표현한 것은 소방공무원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소방관에서 '소방관 출신 첫 도의원'으로

윤 전 의원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인사정책팀장 등을 거쳐 오산소방서장으로 명예퇴직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평택시 제4선거구(비전2동·용이동)에 당선돼 전국 최초 소방관 출신 도의원이 됐다.

제11대 도의회 후반기에는 안전행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소방 현안을 챙겼다. 2025년 10월에는 소방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의 임기제한으로 전문성이 끊기는 문제를 다루는 정담회를 열었고, 11월 북부소방재난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전문의용소방대 확대를 주문했다. 2024년에는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날 후배들은 불길 속에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도장공장 화재 진압을 마친 소방대원이 동료 소방관의 중상 소식에 건물 벽을 짚고 고개를 숙이자 다른 대원이 등을 감싸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의원이 피켓을 들기 몇 시간 전인 오전 8시38분께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금속부품 도장공장 3층 세척실에서 불이 났다.

부천소방서에 따르면 병원으로 옮겨진 소방관은 당초 5명에서 열탈진 증상을 보인 50대 소방관 1명이 추가돼 6명으로 늘었다. 공장 관계자 2명을 더하면 부상자는 8명이다. 가장 먼저 들어간 40대 소방관 2명이 중상을 입었고, 이 가운데 1명은 위독한 상태로 전해졌다.

이들은 건물 안에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어 진입했다가 급격히 번진 불길에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출입구 쪽 대원 2명은 빠져나왔지만 안쪽에서 활동하던 2명은 고립됐다.

공장에는 제4류 위험물이 담긴 20L 용기 약 100개가 있었다. 위험물 취급 허가를 받은 이력은 없었고, 소방당국은 보유 물질이 허가 대상인지 조사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2021년 1월에도 불이 났다. 부천소방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방당국의 화재 안전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공장 측은 자체 점검 결과를 제출해왔다.

추 지사는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아 부상 소방관 치료와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한 직접 사과는 하지 않았다.

추 지사 측은 국비 지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 담배소비세에 부과되는 지방교부세 재원을 소방에 활용해 당장의 재정 부담을 덜자는 취지였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용우 대변인 명의 서면브리핑으로 소방공무원과 가족에게 사과했다.

윤 전 의원은 "경기도는 도민 안전을 볼모로 한 소방재정 폄훼를 즉각 중단하고, 온전한 소방예산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