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이 '본사는 지방, 업무는 서울'이라는 이중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금융회사와의 협의와 시장 대응을 위해 서울에 본사에 버금가는 인력을 유지하면서 조직 운영의 비효율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사례는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예고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산에 자리 잡은 한국거래소는 본사와 시장 운영 조직을 나눠 운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2005년 증권·선물시장 통합 출범 당시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거래소는 경영지원본부와 파생상품시장본부, 청산결제본부, 미래사업본부 등을 부산에 두고 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 시장감시본부 조직은 서울 여의도에 있다.
서울 조직은 상장심사와 공시 관리, 주식시장 운영, 불공정거래 감시 등을 담당한다. 증권사와 상장 주관사 등 시장 참여자들과 접촉이 잦은 업무 특성을 보이는 부서들로, 부산에 본사를 두고 기능을 확충하면서도 주식시장과 직접 연결된 조직은 서울에 유지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예탁결제원도 부산 본사와 서울 사옥을 함께 운영한다. 서울 사옥 근무 인원은 180명 수준이다. 부산 인력이 서울의 두 배 이상이지만, 본사를 옮긴 지 10년이 넘은 시점에도 서울에 상당한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채용공고 역시 근무지역을 부산 본사와 서울 등으로 명시했다.
다만 예탁결제원은 주요 사업 기능도 부산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거래소와 차이가 있다. 2014년 11월 본사 이전 당시 전략기획·인사·재무뿐 아니라 증권결제와 자산운용시장 지원, 해외협력·해외사업지원 기능을 부산에 배치했다. 2015년 6월에는 부산 본사 정보기술(IT)센터의 데이터 백업시스템 구축도 마쳤다. 서울 거점을 유지하면서 부산에서도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캠코는 수도권 고객과 관리 대상 자산 때문에 서울 조직을 남겼다. 2014년 이전 계획 당시 본사 인력 950여명 가운데 730명을 부산으로 옮기고, 나머지 200여명은 서울에 남기는 방안이 제시됐다. 수도권 국유재산 관리·현황 조사와 채무조정 신청·접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현재도 부산 본사와 별도로 서울 강남구 캠코양재타워에 서울동부·서울서부지역본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도권 잔류 인원은 290여 명에 달한다.
기관마다 서울 거점을 유지한 이유는 다르지만, 본사 이전이 모든 업무의 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 참여자와의 협의나 지역 고객 대응이 필요한 기능은 본사 소재지와 별개로 배치해야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 역시 서울에 남길 인원의 경우 업무별 대면 협의의 필요성과 빈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상주 인력을 줄이면 세종 근무자의 서울 출장이나 금융회사 관계자의 세종 방문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서울에 상당한 조직을 유지하면 두 지역의 사무공간과 지원체계를 함께 운영해야 한다. 이전 인원만으로 성과를 평가할 경우 실제 업무는 서울에서 수행하면서 인력과 공간만 분산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옮긴 기능과 출장·공간 운영비, 업무 처리 속도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위는 금융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규제를 설계하는 곳”이라며 “세종 이전까지 더해지면 로펌이나 대기업으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정책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