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재제청권 행사를 둘러싼 청와대와 사법부의 갈등이 여야의 탄핵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발언과 국정감사 태도를 탄핵 사유로 제시하며 논의 착수를 공식화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발의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며 맞섰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16일 당 유튜브 방송 ‘민티 07’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과 관련해 “모든 방법과 어떤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탄핵 언급을 자제하며 자진 사퇴를 압박해 온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는 “탄핵의 ‘ㅌ’자도 내지 않고 국민께 충분하게 설명과 이해 과정을 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사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유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가고 있다”고 했다. 탄핵 추진에 따른 역풍을 고려해 여론을 설득하는 데 무게를 두던 단계에서, 실제 탄핵 사유를 정리하는 단계로 논의가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내 법사위원들은 탄핵의 근거로 조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발언과 증인 선서 거부 등을 들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를 국회가 감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대단히 위헌적인 생각이고 말이고 태도”라며 “탄핵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고 주장했다. 박균택 의원도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 조항을 부정한 점 등을 거론하며 “탄핵 사유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했다. 탄핵을 추진하지 않으면 집권 여당으로서 헌법 수호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측 논리다.
국민의힘은 이를 대통령과 사법부의 갈등을 키우는 정치적 압박으로 규정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탄핵안을 발의하는 순간 대통령은 ‘데드덕’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국민이 들고일어나 ‘이재명 탄핵’을 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밀어붙이면 오히려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여론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제청권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의 발언이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부정한 것이라고 보는 반면, 정 원내대표는 조원철 법제처장의 관련 설명을 “헌법을 기괴하게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요구가 단순한 재제청 요구를 넘어 “김민기 판사 제청 강요”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공방은 조 대법원장의 거취를 넘어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회의 견제권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둘러싼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헌법 수호’를 탄핵 논의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국민의힘은 탄핵 추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며 맞불을 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