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저축은행 회복세에 가져진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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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전아현 기자 @cahyun

산책길에 한 집 건너 자리 잡은 삼겹살집 두 곳이 있다. 파는 음식도 같고 불과 몇 걸음 떨어져 있지만 저녁 시간 풍경은 꽤 다르다. 한쪽은 지나칠 때마다 손님이 눈에 띄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좀처럼 손님을 보기 어렵다. 하루쯤은 우연이겠거니 했지만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도 풍경은 비슷했다.

두 가게의 매출을 합쳐 지난해보다 늘었다면 이 골목의 삼겹살 장사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숫자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한쪽 가게가 전체 매출을 끌어올린 결과라면 다른 가게 주인에게 ‘상권이 살아났다’는 말은 쉽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최근 저축은행업권의 성적표를 보며 이 골목이 떠올랐다.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7658억원으로 1년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한 숫자다.

안을 들여다보면 회복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본업인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신 유가증권에서 거둔 이익이 늘고 부실여신 정리에 따른 대손 부담이 줄어든 것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물론 이를 두고 회복의 의미를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유가증권 운용도 금융사의 수익원이고, 부실을 털어내 비용을 줄인 것 역시 그동안 이어진 건전성 관리의 결과다. 한동안 적자였던 저축은행들이 다시 이익을 낼 여력을 확보했다는 것 자체는 반가운 변화다.

다만 본업과 건전성까지 같은 속도로 좋아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6월 말 전체 연체율은 6.26%로 1년 전보다는 낮아졌지만 지난해 말보다는 0.22%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8.00%에서 8.38%로 올랐다. 좋아진 지표와 아직 부담이 남은 지표가 함께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회사별로 펼쳐보면 온도차는 더 뚜렷하다. 자산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이 업권 전체의 66.4%를 차지했다. 몇몇 대형사가 업권 전체 실적을 상당 부분 끌어올린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여전히 적자를 내거나 높은 연체율에 시달리는 중소형사들이 있다. 같은 ‘저축은행’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어도 자본력과 영업 기반, 부실을 감당할 여력은 회사마다 다르다. 업권 전체의 평균만으로는 이런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7658억원이라는 숫자는 반갑지만 그것만으로 업권 전체의 회복을 선언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무엇으로 얼마를 벌었는지, 몇몇 대형사에 집중된 회복이 중소형사까지 번지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함께 나아져야 ‘회복’이라는 말에도 무게가 실린다.

평균은 편리하다. 복잡한 현실을 숫자 하나로 정리해준다. 대신 그 과정에서 잘되는 곳과 버티는 곳의 차이는 희미해진다. 저축은행업권에도 같은 간판 아래 서로 다른 사정이 있다. 좋아진 숫자 옆에 남아 있는 빈틈까지 봐야 회복의 모습이 온전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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