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ㆍ가전ㆍ반도체 넘어⋯삼성, ‘AI 인프라 풀스택’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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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의 제조업ㆍ전자 진출, 이건희의 글로벌 반도체ㆍ스마트폰
이재용 시대엔 칩 넘어 데이터센터ㆍ전력ㆍ냉각까지

▲1980년 삼성본관에서 이병철 선대회장과 함께 웃고있는 이건희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무역과 설탕 등 소비재에서 출발해 가전ㆍ반도체ㆍ스마트폰으로 성장축을 확장해 온 삼성이 이제는 반도체ㆍ데이터센터ㆍ전력ㆍ냉각을 묶은 ‘AI 인프라 풀스택’을 다음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과거 새로운 산업 전환기마다 핵심 사업의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온 삼성이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라는 ‘부품’을 넘어 AI 인프라 생태계 전반으로 사업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최근 AI 투자는 반도체 증설 차원을 넘어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6개 관계사가 미국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에 총 10억달러(약 1조3600억원)를 투자한 것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이다.

삼성의 성장사는 산업구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온 과정이었다. 이병철 창업회장 시절 삼성은 무역업에서 출발해 제일제당을 세우며 설탕 등 소비재 제조업에 진출했다. 이후 1969년 삼성전자공업을 설립하며 전자산업으로 영역을 넓혔고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결정적 전환점은 1983년이었다. 이병철 회장은 이른바 ‘도쿄 선언(2·8 동경구상)’을 통해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로 결단했다. 당시 이건희 부회장 역시 세계 각국의 반도체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사업성을 검토하는 등 반도체 진출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 체제에서는 이 기반을 세계 시장으로 확장했다.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이어가는 동시에 휴대전화와 TV, 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글로벌 시장의 주력으로 키웠다. 이후 스마트폰과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양대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월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의 확장축은 AI다. 삼성은 올해 6월 발표한 2655조원 규모 미래산업 투자 계획을 통해 평택·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에 2030조원을 투입하고 호남·충청·영남에도 AI 반도체와 로봇, 배터리, IT 부품·소재 등을 중심으로 62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의 범위도 반도체 공장을 넘어선다. 천안·온양에는 56조원을 들여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팹을 구축하고 광주에는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용 공조 생산시설을 조성한다. 해남에는 삼성SDS 주도의 소버린 AI 데이터센터, 구미에는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휴머노이드 생산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사업축 역시 ‘AI 반도체 공급자’에서 AI 인프라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HBM과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중심으로 AI 연산 인프라를 공략하고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지난해 인수한 플랙트그룹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 진입했다.

이번 헬릭스 투자는 개별 계열사의 역량을 실제 글로벌 AI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결합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향후 삼성전자 반도체와 냉각설비, 삼성물산의 설계ㆍ조달ㆍ시공(EPC), 삼성SDS 데이터센터 솔루션, 삼성SDI 배터리가 하나의 프로젝트에 함께 들어갈 경우 삼성의 사업 모델도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를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데이터센터가 지어지고 운영될 때 발생하는 설비투자 전반을 새로운 시장으로 확보하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사업의 변화는 시대별로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선점해 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며 "이병철 회장 시절 소비재와 전자·반도체로 제조업의 기반을 닦았고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세계적인 사업으로 키웠다.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는 ‘AI 인프라 풀스택’을 성장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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