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로 등 물량 '반토막'
집 안 보고 가계약하는 사례도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가격 오름세와 함께 매물 감소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전역의 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실거주 확대에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월세 선호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전세로 나오는 물건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로 나온 물건이 줄면서 인기 평형은 나오자마자 계약되는 등 품귀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569건(28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날 2만4099건보다 18.8% 감소했다. 전세 매물은 2023년 9월부터 줄곧 3만 건 안팎을 유지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3만 6724건으로 3만7000건에 육박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도 대체로 2만5000건 수준은 됐다. 하지만 올해 4월에는 1만5403건까지 감소했고 여전히 2만 건대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외곽의 전세 매물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동대문구는 지난해 9월 1061건에서 현재 319건으로 70%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구로구도 485건에서 159건으로 67.2% 줄었다. 중랑구(-63.2%), 금천구(-59.7%), 도봉구(-56.6%), 노원구(-53.5%) 등도 전세 매물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매물이 품귀 수준까지 줄어들다 보니 수요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에서는 매물 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강남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59㎡나 84㎡ 등 선호도가 높은 매물은 나오자마자 빠르게 계약이 이뤄진다”며 “인근 단지에서는 집을 보지 않고 가계약금부터 넣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 감소와 함께 거래량도 위축된 상태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2025년 9월 1만2153건 △2025년 12월 1만2862건 △2026년 1월 1만2547건 등으로 1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는 4월 9401건으로 감소한 뒤 8월에는 7596건까지 축소됐다.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4627건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규모로만 봤을 때는 최근 1년간 월별 거래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아직 거래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거래량이 늘어날 수는 있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세대주택부터 아파트까지 전반적으로 전세 매물이 줄면서 거래도 예전보다 뜸해졌다”며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 부동산세 부담을 우려한 임대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로 나오는 물건 자체가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와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실거주 확대가 전세 매물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신규 입주가 줄면서 임대차 시장에 새롭게 공급되는 물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R114가 집계한 서울의 9월 아파트 입주 물량은 3653가구로 전월(4627가구)보다 21.1% 줄었다.
기존 임차인의 갱신계약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8월 전세 거래 중 갱신계약 비중은 58.9%로 7월(53%)보다 5.9%포인트(p) 높아졌다. 전년 동월(43.7%)과 비교하면 15.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에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까지 맞물리면서 임대차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량이 줄고 있다”며 “기존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도 이어지면서 시장에 새롭게 공급되는 전세 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